본문 바로가기

사진으로 읽는 세상

독일의 위대한 역사적 순간과 함께한 자동차

파리모토쇼가 프레스데이를 끝내고 일반에 공개됩니다. 신모델만 해도 100여 종이 선을 보인다고 하니 대단히 화려하고 요란한 모토쇼가 될 전망인데요. 이렇게 세계적인 자동차 경연장, 그 축제의 장소를 잠시 벗어나 옆나라 독일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파리오토살롱의 첫 주말 독일은 그들의 현대史에 있어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날을 기념하게 됩니다. 바로 독일통일 20주년을 맞게 되는 것이죠.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을 둘로 갈라놓은 장벽은 무너집니다. 그 장벽은 베를린을 하나로 묶은 것이자 독일을 하나로 묶었으며, 동독인들에겐 이념에 의해 제압당하고 있던 자유를 끄집어내게 된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1990년 10월 3일 독일은 법적으로 완전히 하나의 국가, 통일을 이룩하게 되죠.

베를린장벽을 뚫고 서독으로 향하는 동독인들은 걸어서, 자전거로, 그리고 바로 동독의 국민차 트라반트(Trabant)를 이끌고 서독으로 서독으로 기쁨의 질주를 합니다.


수 많은 트라비들의 물결이 자유를 향해 출렁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동독인들은 단 하나의 자동차만을 타고 있었던 것이죠...그렇게 동독인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었던 트라반트는 20년이 지난 지금, DDR(동독) 시대를 기억하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역사 속에 영원히 남았을 뻔했던 트라반트가 작은 자동차 회사를 통해  프랑크푸르트모토쇼(2009년)를 통해 새롭게 되살아났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멋지게 다시 태어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추억의 이름, 역사의 순간을 빛낸 상징적 이름으로 트라반트를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냥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유일한 자동차 이름으로 말이죠. 

어쨌든 이런 독일의 극적인 통일의 역사를 되뇌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남북한 상황이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통일모드로 반전될 수 있을까요?... 어마어머한 통일비용이 든다,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 정서적 이념적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남남갈등이 우선이다 등의 반통일적 인식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통일을 향해 하나의 마음으로 향해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상상해 봅니다. 통일의 순간! DMZ를 뚫고 통일의 길이 열렸을 때, 우리는 어떤 차들을 타고 통일의 북쪽으로 달려가고 있을까요? 부디 무엇이 되었든, 우리에게도 그런 벅찬 순간이 찾아오기를, 독일 통일20 주년 즈음해 기원해봅니다. 

트라반트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통일이 떠오르는, 스케치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