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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케치

아날로그

 

사람의 성향...어떤 성격의 방향성...좀 문화적으로 말해보자면, 무언가에 끌리는 바...

 

그렇게 본다면 나의 성향은 과거지향적이다...이거, 불쑥 적고보니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21세기의 흐름에 도태되기라도 하는 냥...하지만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아날로그적이라는 말엔 분명히

 

디지털시대의 속도감에 한발짝 물러나려는 정서적 저항도 있고, 과거의 문화에 대한 강한 경험적 그리움도

 

담겨져 있다.  

 

 

옛날에 참 잘 가지고 놀았던 기계식 카메라, 그 녀석의 이름이 "펜탁스"였었지 아마?...또...

 

턴테이블의 바늘과 LP판의 질감이 들려주는 것에 대한 아련함...마란쯔니 JVC니 하며 친구들의 빵빵한

 

오디오에 주눅들었지만 처음으로 내 방에 세팅했던 인켈의 그 튜너, 엠프, 턴테이블, 그리고 카세트데크로

 

나뉘었던 나름 콤퍼넌트 오디오에 빠져 살던 중고딩시절...뭐 이런 것들이 그리울 땐 영락없이 난 아날

 

로그적 인간인 게야...라며 확신에 찬다...정말 그럴까?

 

 

사이폰에 원두알 갈아 끓이는 커피가 좋고, 누렇게 색바란 인화지의 꺼끌함에 기분 좋아라하고...기타줄

 

튜닝하며 6번 줄의 든든함에 매혹됨을...아날로그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어떤 이들에겐 사치가 되기도

 

하는 이런 장난감 놀이로 단순히 아날로그적이다라 표현할 수 있을까? 

 

 

괴테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내게 가장 기분 좋은 파장이 일었던 순간은 화려함이 아닌, 이런 창문을 봤을

 

때였다.

 

 

 

 

후겐두벨 같은 깔끔하고 모던한 대형서점 보다도 이런 동네의 작은 서점에 심상이 더 흔들린다.

 

어쩌면, 헌책방에서 사다리 타고 이책저책 뒤적이던 그 먼지나던 추억이 여전히 내 한 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난 아날로그적?

 

 

 

루벤스나 고흐의 그림이 막 그리웁고. 흑백 브라운관 속 알란 랏트나 버트랭카스터 같은 서부영화

 

주인공 총솜씨에 반해,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 총차고 하루종일 거울 보며 뽑아 올리던 어린

 

시절 기억이 뜬금없이 밀려올 때면, 여지없이 난 병처럼 멍하게 옛 것들을 되씹게 된다...

 

고흐는 아날로그라 친다면 권총은 뭐지?... 이건 그냥 추억일 뿐이잖아?

 

그럼 뭐지? 지금 나는 아날로그를 얘기하는 걸까 추억을 말하는 걸까?...추억인 게야 아날로그인 게야?

 

 

 

잠시 생각해 본다...

 

아날로그와 추억은, 한 마디에서 울려야 하는 화음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도와 미와 솔이 만나 C장조가

 

돼는 그런...

 

그래,그렇게 대충 버무려 정의해버리자...^^; 내게 아날로그는 추억이고, 추억은 질감어린 아날로그의

 

그것들이라고 말야...

 

밤이 깊어가는데... 잠은 안 자고 맨 정신에 이토록 해롱거린다.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옛날 영화 보려면...(셰인...내가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