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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자동차 디자인은 예술인가? 피터 슈라이어 답하다!


한국에선 부산국제 모토쇼가 열렸더군요...
열렸더군요? 어째 말투가 좀 꼬여 있죠? 한국 뉴스, 한국 기사를 안 보면 열렸는지 안열렸는지도 모를 만큼 독일 자동차 잡지 어느 곳에서도 오늘 소개가 안돼 조금 뿔딱지가 났습니다.

괜시리 온통 베이징에만 쏠려 있는 독일자동차지들의 시선이 얄미웠지만,  '그래 내일은 소개가 되겠지..' 라고 위로는 해보는데 우째 추례한 느낌이 가시지가 않네요. 암튼 기사를 잠시 훑다 보니, 기아 K5 소개에 맞춰 쉐프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씨가 내한을 했더군요. 당연하죠, 쉐픈데... (예, 쉪~~!!!)

얼마전 블로그에 디 벨트라는 일간지에 실린 그의 기사 하나를 소개한 적 있는데...오늘은 아우토짜이퉁(Autozeitung) 잡지에 실린 그의 디자인 철학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옮겨볼까 합니다.

 
뭐 별다른 부제도 없이 그냥 "디자인 페터 슈라이어" 라고만 되어 있네요... 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략하게 약력 소개가 있겠습니다.   이거...한국사람들 참 좋아하잖아요!

 피터 슈라이어 : 1953년 Bad Reichenhall이란 도시에서 태어남. (저는 어딘지 잘모르는데 집사람이 "응, 그런데 있어!" 라고 하는군요. ㅡㅡ;;)  어쨌든!... 1975년부터 뮌헨의 파흐호흐슐레,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학과 비슷한 곳인데요. 그렇게 산업디자인 전문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1979년 런던 로얄 칼리지 어브 아트 (아..복잡해) 쉽게 말해서 영국왕립예술학교로 옮겨 공부를 이어갑니다.

 아시겠지만, 영국에서 로얄(왕립)이란 이름 들어간 데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어쨌든 공부를 잘 했는지 어떠했는지, 1980년 아우디에 입사해 다양한 위치에서 일을 해나가기 시작하는데요.

 1993년 드디어 VW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하게 되고 1년 후, 다시 Audi의  책임 디자이너가 됩니다. 그리고 2002년, VW 디자인의 총 책임자로 올라서기에 이르는데요. 그렇게 쉐프시켜놨더니 이 양반, 3년 만에  인골슈타트의 수석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국의 기아자동차 부사장 겸 책임디자이너 자리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됩니다. 가족으로는 아내 그리고 자녀 2명이 있군요.

 간단한 소개를 끝내고 지금부터 기사 내용으로 들어가겠는데요. 필요하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쥔장 주) 이렇게 사족(?)을 달아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알버트 슈바이쳐가  " 나이 20엔 신이 주신 얼굴을 가지고 있고, 나이 40엔 삶이 주는 얼굴을 갖고 있으며, 나이 60엔 인생에서 얻은 얼굴을 갖고 있다." 라고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만약 얼굴이 없다면 슈바이쳐의 표현에서처럼 그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그룹에 속해 있는 기아자동차는 70년대부터 차를 생산했다.  주로 작고, 중간급, 그리고 지프형 차들을 주로 만들던 그들은 저렴한 가격의 차로, 한국인들에게만 거의 알려진 메이커였다. 그렇게 얼굴없는 회사였던 기아를 바꾸기 위해 즉, 새로운 얼굴을 부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그룹은 가장 인정받는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4년째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의 얼굴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일에서 이미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우디 TT, A2, 그리고 VW 골프 4세대들이 그의 작품이다. 누구나 이 사람을 만나면 그가 35년 동안 얼마나 완벽주의를 추구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철학으로 독일에서 디자인 상들과,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주는 명예박사 학위 등을 받을 수 있었다. (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세르지오 피닌파리나 Sergio Pinninfarina , 지오르지토 쥬지아로 Giorgetto Giugiaro에 이어서 자동차 디자이너로서는 세 번째로 받게 됨. -쥔장 주)

피터 슈라이어는 비행기 조종이 취미이자 그것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CESSNA라는 비행기를 가지고 있기도 했었다. 어렸을 적부터 비행기는 그에게 엄청난 놀라움이었다.

 

오른쪽이 피터 슈라이어. 당시 집 앞마당에서 찍은 사진.


그렇게 비행기를 좋아한 아이였던 피터 슈라이어는 이제, 기아자동차의 전세계 디자인센터를 관리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서울, 캘리포니아, 그리고 작은 디자인팀이 있는 상하이와 일본까지 쉴틈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서 다닌다는 뜻은 아님 -쥔장 주)

도시마다 다니며 각각의 디자인센터에서 올라오는 수 많은 아이디어를 취합해 그것에서 하나의 가치(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다. 피터 슈라이어는 말한다. " 세계 어디에 있든지 KIA가 보이면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한 눈에 기아차라는 것을 알 수 있길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누구나 BMW를 한눈에 보고 알아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에 의해 새롭게 디자인된 그릴은 호랑이 코를 의미하는데 호랑이는, 한국인들의 상징적 동물이기도 하다.

 

 

2008년 10월, 피터 슈라이어의 기아 첫 작품이랄 수 있는 소울이 소개되었고 어느 새 이 차는 2012년 말이 되면 그가 주도한 모든 라인업의 가장 오래된 모델이 될 것이다. 올 해 스포티지, 내년엔 그 후임 모델들인 리오, 피칸토, 마젠티스가 독일에 출시된다. 그리고 2012년에 새로운 van이 씨드를 대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기아차 모두에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가 안착되는 것이다.

"지오르지토 쥬지아로가 이유없이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세기의 디자이너가 된 건 아닙니다. 또한 아우디에서 함께 작업했던 하르무트 발쿠스와는 아우디의 많은 부분을 새롭게 바꿔놓았죠." ( 위의 두 명 모두 VW 디자이너들이자 골프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피터 슈라이어의 선배들이 됩니다. 쥔장 주) 그러면서 그는 BMW의 크리스 뱅글 역시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칭찬한다.

 

이쯤에서 그에게 물었다. " 자동차 디자인을 하나의 예술이라 봅니까?" 이에 피터 슈라이어는 이렇게 대답했다.

" 예술은 늘 하나의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이 것은 어떤 사회적 목적을 두고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그런 면에서 자동차 디자인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에는 분명히 예술적인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예술적 포인트라는 것은, 자동차를 디자인하되 실제로 그것이 만들어질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하고, 세상사람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에 맞닿아 있는 포인트어야 합니다. "

그는 순수예술에 대해서는 철저히 개인적인 취미로 접근한다. 스케치하고 그리고 만들기 등등. 그는 연필 칼라 에스프레소 휴지 등...무엇이 됐든, 무엇으로든 그릴 수 있고 그린다. 피터 슈라이어는 끝으로 말한다.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것에는 어떤 재료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개인적으로 그의 디자인을 열렬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보여주는 열정과 노력, 그리고 괜찮은 고집스러움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가 언제까지 기아에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크리스 뱅글이 떠난 베엠베가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라는 후임을 통해 전임자가 꿈꾸고 지향하던 바를 이어가고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연 것처럼, 기아도 이제는 피터 슈라이어가 다져놓은 그 철학을 이어갈 새로운 누군가를 준비해야 하겠죠. VW을 홀연히 떠난 것처럼 또 어딘가로 떠나가기 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