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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앞차와의 안전거리 100m’ 어떻게 생각하세요?

얼마 전 독일에서 교통사고와 관련한 자료 하나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전체 교통사고의 25% 이상이 과속에 따른 차간거리, 즉 안전거리 미확보 때문에 발생한다는 내용이었죠. 


앞차와 간격은 추돌 등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도로교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안전거리 기준에 대해 일반적으로 이렇게 얘기들 하고 있습니다.

‘내 차의 주행속도 제곱 나누기 100’

예를 들어 시속 100km/h로 달리고 있다고 하죠. 이럴 때 안전거리는  100²÷100=100m가 됩니다. 만약 80km/h로 달리고 있다면 80²÷100=64m 정도는 떨어져야만 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은 홈페이지에 안전거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습니다.

<안전거리>

일반도로의 경우 속도계에 표시되는 수치에서 15를 뺀 수치의 m정도로 유지하고, 시속 80km 이상이거나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때에는 주행속도의 수치를 그대로 m로 나타낸 수치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 


예를 들어, 시속 50km인 때에는 35m 정도, 시속 80km이면 최소한 80m 이상의 안전거리는 유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적절한 안전거리는 자기 차의 속도와 도로 상황 및 기상상태 등에 따라 다르므로 주행속도에 따른 정지거리를 고려하여 충분히 유지하여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일반도로에서는 ‘속도 빼기 15m’, 80km/h 이상의 주행이 가능한 도로에서는 ‘속도계에 나온 주행 속도만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권하고 있네요. 그런데 위에 설명해 드린 방법대로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사진=픽사베이


유럽식 안전거리

도로에 자동차가 많지 않다면 충분히 간격을 두고 운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내든 고속도로든, 자동차가 많은 곳에서는 넉넉한 간격을 두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래서 유럽의 경우 실제 도로 환경에 맞게 차간거리를 두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시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설명한 것처럼 하려면 50km/h로 달릴 때 앞차와의 간격은 35m, 또는 25m 정도 떨어져야 합니다. 35m는 약 자동차 7대가 늘어설 수 있는 수준이죠. 이 간격을 모든 운전자가 유지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독일은 시속 50km/h로 시내에서 주행할 때 15m, 약 자동차 3대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간격을 두라고 합니다. 제한속도 100km/h인 국도의 경우는 어떨까요? 100km/h로 달리고 있을 때 그 속도 절반인 50m 정도를 떨어지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제한속도가 더 높은 고속도로에서조차 ‘주행 속도의 절반(이상)’을 떨어지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에서 본다면 너무 촘촘한 거 아닌가 싶지만 현실적 기준이라는 점에서 독일 운전자들도 별다른 불만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독일 아우토반은 이런 차간거리 기준이 안 지켜질 때가 많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사고가 많지 않은 것은 차간거리만큼이나 1차로 비워 두기와 2차로, 3차로, 4차로 순서로 속도를 지키고, 절대로 우측으로 추월하지 않는 등, 다른 규칙들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이런 독일이라도 차간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부나 언론은 틈만 나면 안전거리 준수하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 한 가지, 시속 100km/h일 때 50m의 안전거리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보통 시속 100km/h로 100m를 달리게 되면 3.6초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50m는 그 절반으로 1.8초 정도가 필요하죠. 대략 2초 정도라고 한다면, 도로의 특정 지점(표지판이나 주변 사물)을 앞차가 지나고 난 뒤 2초 후에 그 지점을 내 차가 통과하는지를 따져보면 됩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의 안전거리 참고도. 좌측부터 도시, 국도, 고속도로 순서. 독일 기준이라는 점 참고바랍니다.


한국식이든 유럽식이든, 안전거리를 두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갑작스러운 추돌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고, 혹여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간격은 당연히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안전거리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넉넉하게 간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 전 설명해 드린 유럽 방식을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자동차에 첨단 장치들이 장착되며 점점 우리 도로가 안전해지고 있죠. 그래도 운전자가 기본을 숙지하고 이를 지키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