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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사계절 타이어보다 못한 겨울용 타이어?

미끄러운 도로에서 타이어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이 '제철 타이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름철에는 여름용(흔히 퍼포먼스 타이어라고도 부르는) 타이어를,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라는 것인데요.


사계절 타이어는 제철 타이어보다 제동력이나 핸들링과 트랙션 능력 등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죠. 타이어 관리에 엄격한 유럽은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 타이어 좀 만든다고 하는 회사들이 내놓는 사계절 타이어의 능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진=adac


사계절 타이어 점점 늘어나는 유럽

요즘 독일이나 북유럽 등 겨울용 타이어를 반드시 착용하게끔 법으로 정해놓은 유럽에서도 사계절 타이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대세는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지만 SUV의 증가, 그리고 교체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사계절 타이어를 장착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성향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타이어 보관도 고민이죠. 그런데 타이어를 이야기할 때 조심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모 상태인데요. 이게 좋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타이어라도 위험한 타이어밖에 안 됩니다. 사계절 타이어든 겨울용 타이어든, 무엇 할 것 없이 모든 타이어가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아주 아주 의미 있는 타이어 테스트를 독일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빌트가 실시했습니다. 결과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요. 해당 매체는 눈길, 젖은 길, 그리고 마른 길 등에서 6개 회사의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 그리고 여름 타이어 등을 가지고 다양한 주행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제조사별 제공된 사계절 타이어는 모두 트레드(노면에 닿는 타이어 부분)의 홈 깊이를 8mm (새 타이어), 4mm (2년 이상 된 것), 2mm (대략 4년 전후)로 맞췄습니다. 겨울용과 여름용 타이어도 조건을 같게 했죠. 그리고 눈길과 젖은 길, 마른 길 위에서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트랙션, 슬라롬, 제동력, 핸들링에 관한 테스트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우토빌트 /사진=이완


트레드 홈 깊이가 더 문제

우선 눈길에서의 트랙션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트랙션은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가 노면을 움켜쥐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능력이 높을수록 그립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만큼 마찰력의 손실이 적다는 것인데요. 눈길에서는 아무래도 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겨울용 타이어의 트랙션 능력이 사계절 타이어보다 더 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가 8mm인 새 타이어의 경우 겨울용과 사계절 타이어에서 트랙션 능력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은 트레드 홈의 깊이가 4mm인 경우, 2mm인 경우에도 비슷했는데요. 문제는 겨울용이든 사계절이든, 트레드 홈의 깊이가 2mm 수준이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모두 안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여름용 타이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즉, 트랙션 능력은 어떤 타이어를 썼느냐 보다 트레드 홈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은 제동력 테스트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는데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숫자로 정리해봤습니다.

<눈길에서 시속 50km/h로 주행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의 결과>


G사 사계절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27.6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2.1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6.3미터


M사 사계절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30.3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4.3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4.7미터


H사 사계절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28.8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2.4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6.8미터


여름용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46.6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48.9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49.6미터


겨울용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29.1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3.5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4.9미터

제동력 결과를 보면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의 차이가 일단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테스트 된 사계절 타이어들은 겨울용을 대체할 만한 성능이 되는 것들이니 '모든 사계절 타이어가 이렇다'라고 단정하지 말고 여러 루트를 통해 사계절 타이어의 제동력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계절 타이어의 성능이 많이 올라왔다고 할 수는 있겠는데요. 문제는 트레드 홈의 깊이에 따른 제동력 차이입니다. 8mm 타이어와 2mm 타이어 결과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V사 사계절 타이어의 경우 8mm와 2mm 제동력 수준이 10m까지 벌어지기도 했죠. 슬라롬이나 핸들링 테스트에서는 트레드 홈 깊이의 차이에 따른 편차는 훨씬 더 심했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의 편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른 안전성 차이는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tuev-sued


트레드 홈 깊이까지 규정한 유럽 국가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겨울용 타이어든 사계절 타이어든, 겨울철 타이어 장착 규정에 이 트레드 홈의 깊이까지 구체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11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겨울용 타이어 (사계절 포함)를 의무 장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트레드 홈의 깊이는 최소 3mm 이상이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해놓았죠.


핀란드는 1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장착 기간이고 최소 트레드 홈의 깊이는 역시 3mm라고 정해놓았습니다. 스웨덴도 12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겨울용 타이어 의무 장착 기간이며 트레드 깊이는 최소 3mm 이상이라고 적시했습니다. 독일은 가장 긴 기간인 10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겨울용 타이어 의무 장착 기간이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는 1.6mm로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느슨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타이어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3mm를 교체 제한선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4mm로 더 엄격한 편이죠.

트레드 홈의 깊이를 측정하는 계측기 하나 정도는 차에 두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 사진=tuev-sued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는 겨울용 타이어를 법으로 장착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 제한은 1.6mm로 미국이나 독일 등과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해드린 유럽의 경우처럼 좀 더 그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트레드 깊이는 또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기온이 높고 건조한 경우에는 새 타이어보다 일정 정도 마모가 된 타이어의 제동력이 더 좋습니다. (여름용은 고온에서 마모도 상관없이 일정한 편) 하지만 노면 온도가 6도 이하로 떨어지는 기간이 길고 장마가 오래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이런 트레드 깊이를 알고 그에 맞게 타이어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겨울용 타이어 장착했다고 마음 느슨하게 먹은 분들이 계시다면 오늘 내용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합니다. 아무리 겨울용 타이어라도 마모가 많이 된 겨울용 타이어는 그렇지 않은 사계절 타이어보다 못하다는 것을 말이죠. 그동안 타이어에 무관심하셨던 분들,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타이어 홈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 한 번 점검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