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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배출가스 테스트로 울고 웃은 BMW와 아우디

요즘 독일은 한 자동차 배출가스 테스트 결과로 시끄럽습니다. 장본인은 BMW 320d인데요. 독일 환경 단체 도이체 움벨트힐페(Deutsche Umwelthilfe, 이하 DUH)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총 여덟 번에 걸쳐 320d 왜건 모델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도로에서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요즘 디젤차에서 문제 되고 있는 질소산화물(NOx)이 기준치(80mg/km)를 평균 2.6배, 실험실 대비 최대 7배 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DUH는 폴크스바겐이 그랬던 것처럼 320d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장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독일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20d 투어링 / 사진=BMW


BMW는 제기된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에 대해 '그룹 차원의 행동이나 기술적 조치는 없었다'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DUH는 연방 자동차청이 자신들의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조사를 착수할 것으로 거듭 요구했고, 결국 의혹에 대한 조사를 정부가 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BMW였기에 더 쟁점이 된

문제가 된 320d는 2016년 출시돼 주행거리 2만km 수준의 유로6 모델로, DUH가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실도로 배출가스 테스트(RDE) 프로그램에 따라 10월 베를린에서 테스트 됐습니다. 아우토반과 지방도로, 그리고 시내 등 총 31.5km 구간을 8번에 걸쳐 달렸고 여덟 번 모두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넘어서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실도로 테스트에서 질소산화물 유로6 기준(80mg/km)을 달성하지 못한 게 320d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테스트 된 모델들이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죠. 그런데 왜 320d에 이런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일까요? DUH에 따르면 테스트 차량은 2,000rpm부터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제한되기 시작해 3,000rpm에 이르면 후처리 장치가 멈췄습니다. 그간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 의혹을 받아온 제조사들과 같은 패턴을 보인 것이죠.


BMW는 비교적 독일 브랜드 중 질소산화물 배출이 낮은 곳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독일 아데아체 테스트 결과나 연방 자동차청의 테스트에서도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줬죠. 청정 이미지가 있는 제조사였기 때문에 이번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320d의 테스트 모습 / 사진= DUH


DUH 테스트에서 합격 받은 자동차들

그리고 기대 이상의 결과 얻은 Q7

도이체 움벨트힐페는 2016년부터 자체 배기가스 측정 기관을 두고 계속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2017년 9월까지 총 74대의 자동차가 실제 도로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이중 유로5 모델 5개와 유로6에 속하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 5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64대가 모두 유로6에 해당하는 디젤 자동차들입니다. 여기에 최근 320d가 추가됐죠.


현재까지 이 단체에서 테스트 된 유로6 디젤차 중 80mg/km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모델은 아우디 3개, 메르세데스 2개, 그리고 폴크스바겐 2개입니다. 브랜드 평균으로 봤을 때 가장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것은 폴크스바겐이었고, 그다음이 아우디, 벤츠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체 디젤6 중 가장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것은 최근에 테스트 된 아우디 Q7으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위 : 아우디 Q7 (26mg/km)

2위 : 아우디 A5 2.0 TDI (40mg/km)

3위 : 메르세데스 E 200d (43mg/km)

4위 : 메르세데스 E 220d 세단(44mg/km)

5위 : 아우디 Q3 2.0 TDI 콰트로 (48mg.km)

6위 : 폴크스바겐 샤란 2.0 TDI (67mg/km)

7위 : 폴크스바겐 트랜스포터 2.0 TDI (118mg/km, 승합차의 경우 질소산화물 기준치는 125mg/km)

Q7 / 사진=아우디


DUH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아우디는 전체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A8 L 4.2 TDI(2014년 모델) 모델이 최대 17.8배나 기준치를 초과하며 브랜드 전체 평균을 까먹고 말았죠. 다만 최근에 만들어진 아우디 디젤 모델들은 거의 기준치 근처에서 결과를 내고 있고 Q7은 그중에서도 가장 적은 배출 능력을 보여주며 개선되었음을 확인시켰습니다.


Q7이 내놓은 결과는 웬만한 가솔린차 보다 낮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며 하이브리드 수준에 다가가는 결과였습니다. 아우디에겐 희소식이 분명합니다. 반면 BMW는 이번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 의혹으로 그간 누린 청정 이미지에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부 조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모든 관심이 BMW에 쏠린 나머지 Q7이 만들어낸 유의미한 결과는 어떤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관심을 받든 그렇지 않든, 유해 배출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겠습니다. 배출가스 문제만이 아닙니다. 기술에 대한 투자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본질적 해법을 모든 제조사가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추신 : 포털 다음 자동차 섹션에 제 칼럼 코너가 오픈을 했습니다. 어제 올린 글 못 읽으셨을 분들을 위해 링크 걸겠습니다. 포털 칼럼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 해당 글의 브랜드 표기는 포털의 규칙에 따른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http://v.auto.daum.net/v/LgspSKszc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