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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독일에서 보조금 꼼수 논란에 휩싸인 테슬라

요즘 테슬라 관련 소식이 자주 보입니다. 전기 트럭 '테슬라 세미'를 공개했고 로드스터 신형도 내놓았죠. 로드스터는 그야말로 깜짝 공개였습니다. 이미 두 모델에 대한 주문도 받는 것으로 압니다. 또 정전사태를 경험한 호주에 세계 최대 리튬 에너지 저장소를 만들어 가동에 들어가기도 했죠.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델 3 생산 지연으로 테슬라의 재정상태에 대한 의혹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를 향해 소송을 진행할지도 모릅니다. 로드스터 깜짝 공개와 선주문은 부족한 현금을 급한 대로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죠.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도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타기 위해 꼼수를 부린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죠.

'테슬라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한 아우토빌트 / 사진=이완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된 테슬라 

뿔난 일론 머스크

2016년 메르켈 정부는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2020년까지 총 1조 5천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조사와 정부가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고 순수 전기차는 4,000유로 (약 5백만 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는 3,000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죠.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세금을 제외한 순수 자동차 가격이 6만 유로( 약 7천 8백만 원) 이상인 차는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죠.


이 기준을 넘어서는 모델은 BMW i8, 아우디 Q7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르쉐 파나메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입니다. 물론 여기에 테슬라 모델S와 모델 X도 포함됩니다. 독일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비싼 전기 자동차에까지 보조금 지급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아껴 쓰라는 것이죠.


그런데 보조금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크게 반발하면서 독일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테슬라 죽이기라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었죠. 하지만 이미 결정은 났고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꼼수를 쓰는 것 같다며 테슬라를 정면 비판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 사진=테슬라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옵션 패키지?

현재 테슬라는 독일에서 3가지 종류의 모델 S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75D, 100D, 그리고 P100D죠. 이중 가장 저렴하고 판매량이 높은 75D의 판매가는 69,019유로(약 9천만 원)로, 여기에는 세금(독일은 부가세가 19%) 11,090유로, 그리고 환경 보너스 2,000유로가 포함돼 있습니다. 부가세와 환경보너스를 제외하면 기본 차의 가격은 55,929유로가 되는 것이죠. 


이 가격이라면 보조금 대상인데요. 그런데 아우토빌트는 '콤포트 패키지'라는 옵션에 주목했습니다.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주차 센서, 인터넷-라디오, 차선 유지 시스템, 사격지대 경고, 좌석 메모리 기능, 자동 접이식 사이드미러 등, 약 10가지 기능을 이 패키지에 묶어 13,101유로에 내놓은 것이죠. 


그런데 이 패키지가 사실은 말이 선택이지 무조건 구매를 해야 하는 필수 패키지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습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억지로 사양을 제외해 차 가격을 낮췄지만 결국 13,101유로를 주고 '콤팩트 패키지'를 무조건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55,929유로에 13,101유로를 더한 69,030유로가 차 가격이고 세금 등이 포함되면 82,120유로가 진짜 판매가가 된다는 것입니다.

모델 S / 사진=테슬라


고객들의 증언 

아우토빌트는 실제로 이 '콤포트 패키지'를 제외하고 차를 구매하려 했던 한 치과의사 경우를 소개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이 패키지를 제외하겠다고 하자 상담 태도가 바뀌면서 결국은 그 조건으로는 차를 구매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상담을 담당했던 직원의 상사 역시 콤포트 패키지 중요성을 강조하며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이 고객은 구매를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이 외에 몇몇 고객들 역시 같은 경험을 했고, 해당 매체는 직접 테스트를 통해 고객들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오로지 딱 한 사람만이 옵션 패키지 없이 차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계속, 끊임없이 테슬라 영업소를 귀찮게 한, 특이한 상황에서 얻어낸 결과였다고 아우토빌트는 전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콤팩트 패키지에 있던 모든 기능이 다 들어 있는 모델 S를 인도받은 것입니다.


아우토빌트는 몇 가지 상황을 통해 테슬라가 애초부터 차를 만들 때 콤팩트 패키지에 들어 있는 옵션들이 사실은 기본 장착된 것이 아니겠냐며 강하게 추측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를 인도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또 해당 기능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테슬라는 처음부터 구별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화면 / 사진=테슬라


추가적으로 아우토빌트는 75D의 색상(현재는 검은색만)을 바꾸거나 휠 사이즈만 바꿔도 자동으로 콤팩트 패키지가 포함되도록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테슬라 독일 법인 측에서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정황상 아우토빌트의 의혹 제기가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 여러 언론도 아우토빌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아우토빌트가 대문짝만하게 표지를 장식할 정도의 스캔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조금 혜택을 보기 위해 고객들에게 이런 꼼수를 쓴 것이 사실이라면 테슬라가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분명 맞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도 정확하게 설명하고 보조금 얻기 위한 꼼수였다면 사과해야 합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1,700만 원이 넘는 옵션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고객에게 주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