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오프로드를 SUV로 달려본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일 겁니다. 오늘은 지난 4월 나미비아에서 멋진 오프로드 체험을 한 지인 최재웅 씨의 멋진 체험기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프리카를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겁니다.
SUV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험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이런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BMW는 세계 세 번째 드라이빙 센터를 한국에 지었다. 그곳에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운전 재미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진짜 경험해보고 싶은 것은 먼 곳에 펼쳐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고 꼭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던 'BMW Driving Experience Namibia Multiday Tour'가 그것이다. 친구와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뤄보자며 계획을 세웠고 참가 신청을 했다.
사진=최재웅
8개월의 기다림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 홍콩, 요하네스버그, 빈드후크까지 18시간의 비행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목적지인 나미비아(Namibia)는 한때 독일 식민 국가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배를 받은 적도 있다. 이곳은 아프리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며 자동차가 많지 않아 이동이 용이했다.
나미비아 위치 / 지도 출처=위키피디아
일정은 다음과 같다. 입국 후 오카푸카 랜치(Okapuka Ranch)라는 곳에서 첫째 날과 둘째 날을 보낸 후 사흘째에 오카한자(Okahanja)로 이동한다. 넷째 날에는 에롱고 산(Erongo Mt.)이 있는 아이 아이바 롯지(Ai Aiba Logde)로 이동하고, 5일째에는 최장거리를 이동, 대서양안의 스와콥문트(Swakopmund)로 향한다. 여섯째 날에는 모래사막 운전, 칠일 째에는 다시 오카푸카 랜치로 향하고 마지막 날에 나미비아를 떠나게 된다.
2017년 4월 6일, 드디어 나미비아 빈드후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라지만 국내 지방의 공항보다 작았다. 공항을 떠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아프리카 깊숙이 들어왔음이 느껴졌다.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물 곳은 사자와 악어, 기린 등을 비롯한 4천여 마리의 동물이 있는 광활한 사유지에 위치한 산장이었다.
3세대 X5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최재웅
이번 드라이빙 체험 투어에는 독일, 스위스,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에서 온 이들과 7박 8일 여정 동안 한 팀이 되었다. 독일에서 온 분들은 할아버지였음에도 운전을 정말 잘했다. 같이 간 운전깨나 한 친구 역시 그들 차량을 지켜보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오프로드 주행 모습 / 사진=최재웅
오프로드는 만만치 않았다. 인스트럭터 지시 없이 내려오기 어려울 정도로 울퉁불퉁했고, 피칭(앞뒤로 기울어짐)과 롤링(옆으로 기울어짐)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때마다 차체가 뒤틀리며 끼기긱 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리 빨리 내려가도 시속 10km/h를 넘기기 어렵다.
오프로드 주행은 노면과 차량 거동에 집중해야 하고, 노면 충격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져 생각보다 피곤함이 크게 느껴졌다. 밖에서 본 차체 기울기와 운전하며 느끼는 기울기 차이가 커서 조금만 기울어져도 긴장이 됐다. 2시간에 걸쳐 운전한 거리는 30km였지만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일과 후 맥주 한잔~ / 사진=최재웅
둘째 날 시작은 사파리였다. 악어와 코뿔소 등을 가까이서 보는데 무언가 비현실적이다. / 사진=최재웅
사진=최재웅
인스트럭터 Marc는 투어 내내 날리는 먼지 속에서도 쉬지 않고 우리를 안내했다. 사실 시작 전에는 앞서간 이들 다 잘 하는데 나만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가졌지만 막상 인스트럭터 지시대로 해보니 큰 무리 없이 코스들을 통과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오프로드에서는 DSC(차체자세제어장치)를 끈 상태로 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휠 스핀이 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타이어가 접지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항상 이런 난코스 앞에서는 차체자세제어장치를 꺼야 한다고 안내해줬다. 또 한 가지, 돌멩이 등위 튀기 때문에 차와 차의 간격을 넓히라는 주의도 Marc는 잊지 않았다.
인스트럭터들. 왼쪽부터 Marc, Kyra, George. / 사진=최재웅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난코스를 통과하는 일정에 들어갔다. 뒷바퀴가 허공에 뜰 만큼 깊은 구렁을 건너는 것도 흔했고 앞으로 기울어진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앞 차량을 보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특히 우리는 이전까지 가본 적 없는 코스를 경험했다. 이번에 해보고 잘 되면 다음부터 정식 코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틀 일정 중 가장 난코스였지만 다들 잘 통과했다.
난코스 중 한 곳 / 사진=최재웅
일정에 맞춰 계속해서 이동했고, 여정 속에서 아프리카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우리가 달리는 도로는 건조했지만 왼쪽으로는 폭우가 내리기도 했고, 바위산을 오르내릴 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또 George가 전하는 원주민 벽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 저게 원시 시대의 그림인지 잠깐 의심이 들기도 했다. 결국 폭우를 만나 진흙탕 길을 달려야 했고, 폭우가 그친 뒤 해 질 녘 풍경은 형언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는 정말 광활했다.
사진=최재웅
사진=최재웅
이번 일정 중 작은 사고도 있었다. 숙소 한 곳에서 주차하던 중 에어컨 실외기와 부딪혀 뒷유리가 박살 난 것이다. 카메라에도 육안으로도 찾기 어려운 애매한 위치에 달려 있었다. 물론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어 금전적 문제는 없었지만 남은 일정동안 적잖은 지장과 불편을 초래했다.
박살난 뒷유리를 임시로 막아 놓았다 / 사진=최재웅
흠집 가득~/ 사진=최재웅
다섯째 날은 원주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을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불을 붙이고 덫과 활로 크고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나미비아 정부에서 여러 원주민 집단에 지원금을 주면 우리가 방문한 이곳에 원주민들이 각각 3개월씩 거주하며 관광 수입을 올린다.
나미비아 원주민들 / 사진=최재웅
이번 일정의 가장 긴 코스, 그리고 또 하나의 난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 대는 견인을 당하기도 했고 타이어가 펑크나 수리하는 차들도 발생했다. 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인스트럭터들은 빠르게 타이어를 교체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타이어 교체 모습 / 사진=최재웅
오프로드로 지칠 때쯤 만나는 포장도로는 반갑다. 곧게 뻗은 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휠얼라이먼트가 얼마나 틀어졌는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힘들게 난코스와 장거리 주행을 마치고 우리는 대서양이 보이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휴식을 취한 다음 날, 우리는 사막 언덕을 통과했다. 인스트럭터는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설명했다. 이러쿵저러쿵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야기들이었다.
사막 주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인스트럭터 / 사진=최재웅
모래언덕 위의 X5 / 사진=최재웅
<영상> 나미비아 오프로드 체험 영상
바다가 보이는 사막 주행을 끝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제 출발지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 경험한 도로는 포장 상태도 준수했고 도로 폭도 넓어 운전이 편했다. 어느 여행이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이번 여행 역시 무척이나 빨리 지나갔다. 마지막 정찬을 앞두고 인스트럭터들은 마무리 인사를 했고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건넸다. 그리고 모든 팀원에게 이번 나미비아 오프로드 체험 일정에 참여했다는 인증서가 주어졌다.
선물 건네는 모습 / 사진=최재웅
나(왼쪽)의 요청에 망설임 없이 동참해준 친구(오른쪽)와 함께 / 사진=최재웅
언제 이런 길을 달려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나미비아 오프로드 체험이었다. 하마와 악어를 보며 식사를 하는 특별한 경험도 있었고, 다양한 오프로드를 달리며 험로 운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배울 수 있었다. 아프리카를 경험했고, 오프로드는 진하게 체험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드라이빙 체험에도 참여해 보고 싶다. 끝으로 함께 투어를 한 미국,독일,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에서 온 동료들, 그리고 완벽한 투어를 진행해준 세 인스트럭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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