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자동차 소비문화는 그동안 왜건과 해치백으로 대표됐습니다. 독일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특성이기도 한데요. 왜건은 실용성으로, 해치백은 콤팩트한 크기에서 역동적 주행을 즐길 수 있어 사랑받아 왔죠. 하지만 SUV의 인기가 이젠 독일인의 자동차 소비 패턴을 바꿔 놓았습니다.
2017년 1분기(1~3월) 독일의 신차 판매 결과를 분석해 봤더니 이전에 못 보던 변화가 몇 가지 보였습니다. 어떤 변화들이었는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연방자동차청(KBA)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2016년보다 시작이 좋은 2017년
우선 독일의 2017년 1분기 승용차 판매량은 총 844,684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났습니다. 고용이 안정되고 경기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 신차 판매량을 통해서도 느껴집니다.
<브랜드별 판매량 TOP 10>
1위 : 폴크스바겐 (155,476대, 점유율 18.4%, 전년 동기 대비 4.3% 마이너스 성장)
2위 : 메르세데스 (77,393대, 점유율 9.2%, 전년 동기 대비 10.6% 성장)
3위 : 아우디 (75,471대, 점유율 8.9%, 전년 동기 대비 0.3% 성장)
4위 : BMW (65,971대, 점유율 7.8%,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
5위 : 오펠 (62,900대, 점유율 7.4%,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
6위 : 포드 (60,994대, 점유율 7.2%, 전년 동기 대비 8.3% 성장)
7위 : 스코다 (45,597대, 점유율 5.4%,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
8위 : 르노 (31,921대, 점유율 3.8%, 전년 동기 대비 28.8% 성장)
9위 : 현대 (24,129대, 점유율 2.9%,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
10위 : 세아트 (23,510대, 점유율 2.8%, 전년 동기 대비 10.7% 성장)
사진=폴크스바겐
역시 1위는 폴크스바겐이 차지했습니다. 다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세아트와 포르쉐를 제외하면 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결과를 보였네요. 또 현대는 르노와 세아트의 판매량 선전으로 그 사이에서 고민이 될 듯합니다.
10위 밖에는 피아트, 토요타, 닛산, 푸조 등의 순이었고 그다음으로 기아가 14,224대를 팔아 1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혼다는 24.9%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장 장사를 못 한 브랜드였습니다만 일본 브랜드 전체를 묶어 보면 독일 브랜드 점유율 62.2% 다음인 10.4%로 2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더 줄어드는 디젤차
올 1분기의 경우 디젤차 판매량 비중이 전년 보다 줄었는데요. 이는 수치로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2015년 가솔린과 디젤 점유율
가솔린 (50.3%)
디젤 (48.0%)
2016년 가솔린과 디젤 점유율
가솔린 (52.1%)
디젤 (45.9%)
2017년 1분기 가솔린과 디젤 점유율
가솔린 (54.5%)
디젤 (42.7%)
2011년에 디젤의 비중이 49.6%까지 치고 올라간 후 더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다 디젤 게이트 이후 떨어지더니 올 1분기는 42.7%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40%대가 깨질 수도 있지 않겠나 예상되는데요. 디젤 게이트 여파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의견과 점진적으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료별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순수전기차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일 텐데요. 특히 전기차는 5,060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2,332대)의 배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독일에서 순수전기차가 11,410대가 판매됐는데 벌써 1분기에만 지난해 판매량의 44%를 넘겼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Zoe / 사진=르노
C세그먼트를 뛰어넘은 SUV 판매량
사실 이번 자료를 보며 가장 놀란 부분은 SUV가 그동안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C세그먼트(준중형)를 넘어선 부분이었습니다. 아마 처음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올 1분기 세그먼트별 점유율을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요 세그먼트 점유율
1위 : SUV (201,987대, 점유율 23.9%)
2위 : 준중형 (198,275대, 점유율 23.5%)
3위 : 소형 (122,209대, 점유율 14.5%)
4위 : 중형 (105,209대, 점유율 12.5%)
5위 : 밴 (62,237대, 점유율 7.4%)
그동안 독일에서는 C세그먼트, 그러니까 준중형이 가장 판매량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1분기 SUV의 성장률은 20.7%였고 C세그먼트는 -3.2%로, 이 차이가 그대로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준중형은 대부분이 해치백으로 약 40여 종이 조금 넘는 모델이 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SUV는 90여종에 가까운 모델이 판매되고 있어 일단 선택지가 배 이상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014년에는 SUV의 종류가 70여종이었다면 2015,6년에는 약 80여 종,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그 종류가 더 늘어 90여 종에 가깝게 됐습니다. 매년 새로운 SUV가 등장하는데 이런 변화는 그 어떤 차급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확장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골프로 대표되는 콤팩트클래스가 SUV에 이처럼 밀려난 것을 독일인들이 과연 어떻게 볼지도 궁금하네요.
2017년 독일 SUV 판매량 TOP 10
1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18,769대, 전년 동기 대비 24.8% 성장)
2위 : BMW X1 (10,439대, 전년 동기 대비 68.3% 성장)
3위 : 포드 쿠가 (9,716대, 전년 동기 대비 22.1% 성장)
4위 : 오펠 모카 (8,531대, 전년 동기 대비 16.3% 성장)
5위 : 닛산 캐시카이 (8,213대, 전년 동기 대비 11.0% 성장)
6위 : 아우디 Q5 (7,789대, 전년 동기 대비 45.2% 성장)
7위 : 메르세데스 GLC (6,902대,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
8위 : 아우디 Q3 (6,179대, 전년 동기 대비 22.2% 마이너스 성장)
9위 : 아우디 Q2 (5,803대)
10위 : 르노 캡처 (5,642대, 전년 동기 대비 41.2% 성장)
티구안 / 사진=폴크스바겐
독일 3사 대표 모델 판매량 비교
이 번에는 독일 라이벌 3사 벤츠, 아우디, BMW의 대표 세단의 판매량을 한 번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래그십과 준대형(E 세그먼트)으로 신차 출시 시기와 판매량의 상관관계가 좀 더 민감한 게 독일 3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 (1,447대, 점유율 20%)
BMW 7시리즈 (1,156대, 점유율 16%)
아우디 A8 (691대, 점유율 9.5%)
역시 S클래스의 벽은 높아 보입니다. 신형 7시리즈도 선전을 했지만 아직 판을 뒤흔들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아우디 A8은 신형 출시를 앞두고 판매량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아우디의 독일 내 판매량에서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A7의 판매량 비중이 A8보다 높다는 점입니다. BMW 6시리즈가 7시리즈에 판매량이 많이 밀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라 하겠는데요.
BMW 6시리즈와 7시리즈를 묶으면 1분기 점유율은 20.3%, 아우디 A8과 A7(S7 등도 포함)의 묶음 점유율은 20.6%로 비슷한 수치를 보여줍니다. 만약 벤츠도 S클래스와 CLS를 묶는다면 28.0%가 돼 여전히 1위 자리가 유지됩니다. 사실 눈에 띄는 건 포르쉐 파나메라였는데요. 979대가 1분기에 팔려 13.5%의 점유율로 아우디 A8을 따돌렸습니다. 성장세가 자그마치 273%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운 판매 신장을 보였습니다. 상당하죠?
3사 E세그먼트 판매량
메르세데스 E클래스 (11,187대, 점유율 36.0%)
아우디 A6 / S6 / RS6 (10,207대, 점유율 32.8%)
BMW 5시리즈 (8,012대, 점유율 25.8%)
세 모델이 이 세그먼트 판매량의 거의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럽 전체적으로 봐도 9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이 아성을 깰 모델이 과연 나타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단하네요. 끝으로 1분기 판매량 TOP 10 모델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1분기 많이 팔린 자동차 TOP 10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52,605대)
2위 : 폴크스바겐 폴로 (19,059대)
3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18,769대)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17,216대)
5위 : 오펠 아스트라 (17,106대)
6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16,871대)
7위 : 아우디 A4 (15,268대)
8위 : 스코다 옥타비아 (14,917대)
9위 : 폴크스바겐 투어란 (13,155대)
10위 : 오펠 코르사 (13,641대)
준중형의 떠오르는 강자 옥타비아 / 사진=스코다
10위 안에 폴크스바겐이 5개, 그룹 전체로 넓혀보면 7개 모델이 포진돼 있는데요. 골프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 보다 14%나 덜 팔렸지만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BMW 3시리즈는 11,513대가 팔려 10위 밖으로 밀렸고, 아우디 A3(12,216대 판매)의 경우도 늘 10위 안에 이름이 있었지만 올 1분기에는 역시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포드 포커스나 피에스타도 많이 팔리는 모델이지만 역시 3시리즈 수준의 판매량으로 밀려난 반면, 언제부터인가 스코다 옥타비아와 미니밴 투어란 등이 선전을 펼치며 해당 브랜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2분기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전반기 결산과 함께 다시 한 번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일 자동차 세상 > 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로 본 유럽 최고, 최악의 나라는? (11) | 2017.07.05 |
---|---|
독일, K5 포함 질소산화물 과배출 차량 명단 공개 (7) | 2017.06.05 |
BMW 제친 테슬라, '가장 혁신적 자동차 회사' 3위 (7) | 2017.05.17 |
4년 후 잔존가치 가장 좋은 자동차들 (24) | 2017.05.10 |
유럽 최악의 과속 운전 기록 TOP 7 (30) | 2017.04.12 |
설문결과_독일인이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 (20) | 2017.03.29 |
독일에서 가장 중고차 가치 높은 브랜드는 포르쉐 (7) | 2017.03.08 |
신형 아우디 A6에 대한 정보 모아봤습니다 (8) | 2017.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