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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外 여행

스위스 라보 여행기 2편 -700년 동화마을 이부아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스위스 라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이부아와 라보 하이킹을 함께 소개하며 마무리를 지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부아와 라보 하이킹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총 3회에 걸쳐 나눠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이부아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여행을 통해 뭔가 거창한 의미를 찾기 보다는 저에겐 '잠깐의 쉼', 사실 이게 가장 큰 의미라면 의미일 수 있는데, 이번 이부아 방문은 그 의미에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럼 어떤 곳인지 같이 가보실까요? 


<700년 동화의 마을 같았던 프랑스 이부아(Yvoire)>

날씨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첫 날 저녁, 먹구름이 걷히며 펼쳐진 황금빛 하늘에 한시름 놓았지만 언제 어떻게 날씨가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박물관을 가거나 어디 좋은 호텔 사우나에서 땀이나 빼고 있을 게 아니라면 여행의 절반은 날씨의 좋고 나쁨에 좌우된다는 게 평소의 생각이었다. 특히 이번 여행은 하늘이 도와주길 바랐다. 둘 째날 아침, 눈을 뜨자 마자 창밖을 내다 봤다.



다행히 시커먼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8시 반 아침을 예약했던 터라 이른 시간부터 바지런을 떨었다. 

물론 빡빡한 둘째날 일정을 위해서라도 서두르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아내는 태평이다. 여기까지 와서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건

너무하지 않냐면서. 그 말이 맞다.


아침을 먹은 우리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니옹(Nyon)이란 곳까지 달렸다.

화창한 날씨에 평일 오전의 여유로움, 그리고 호수를 좌측에 두고 달리는 길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니옹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대기까지

시간을 너무 허비한 탓에 호숫가 선착장까지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니옹이란 곳이 그냥 스쳐지나가기엔 볼거리가 많았다.


그저 이부아를 가기위한 곳쯤으로 여겼지만 그곳은 로마 황제 시저가

군사적 거점으로 삼았던 곳으로 꽤 유명하다고 했다.

로마 박물관이 니옹을 대표했고 또 유럽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야외 음악 축제 '팔레오'가

여기서 열린다고 했다. 



니옹성.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이곳 도자기 박물관을 둘러봤을 거다. 와이너리도 있다는...


골목 참...따뜻했다

 

니옹의 건물들


수목원이 따로 없었다




이부아로 가는 배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뛰듯 선착장으로 향했고 표를 끊고 나니 정확하게 탑승시간이었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니옹과 이부아를 다니며

스위스패스 소지자들은 5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휴가철에는 선착장에 사람들로 가득하다는데 다행이었다.



호수 위에서 바라다 본 니옹의 모습


니옹을 출발한 배는 그런데 이부아로 바로 가지 않았다.

하필 그 많은 직항편을 놓치고 중간에 Nernier이란 동네를 

경유하는 배편을 잡아 탄 것이다. 하지만 그 덕에

정말 예쁜 호숫가 마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집 앞 잔디마당에서 바로 호수로 뛰어들 수 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저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참고로 스위스 쪽으로 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뜻하지 않는 마을 풍경을 감상하기 무섭게 배는 

목적지인 프랑스 이부아에 도착했다.




이부아(Yvoire))다. 

그냥 첫인상부터 어느 여행 사진 속 마을 같았다. 정말...

원래 추천을 받은 곳은 이부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비앙이란 도시였다. 생수로 유명한 그 에비앙.

하지만 깨끗하고 잘 정돈된 부자도시는 왠지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이부아를 보고 이 곳을 목적지로 정하게 됐다.

선택은...만족 그 자체였다.





1324년, 그러니까 14세기 초에 자치권을 획득하며 이부아는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거의 700년이 되어가지만

이전의 역사까지 거슬러 가면 천년이 넘는 곳이다.


이부아는

호수와 호수 사이에 있던 탓에 

요새로써의 역할이 가능했다고 한다.


실제로 외벽을 두르고 군사적 요충지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16세기 성은 불태워지게 되고 이후 350년 동안 다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도시가 되었다.


아주 작고 작은, 그래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마을로

수세기를 지내던 이부아는 2차 세계대전을 이후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주민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터전을 더 아름답고

의미있게 만들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아낙들의 꽃을 가꾸는 것에서 해결이 됐다. 


이후 이부아는 꽃의 마을, 제네바 호수의 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프랑스 꽃장식 대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부아는 수십년을 프랑스 정부가 추천하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부아는 여자들이 키웠고, 

그래서 이 곳은 여자들의 마을이다.


하늘에서 본 이부아/ 사진=yvoiretourism.com

 성문

성벽 바깥은 걷기 좋게 되어 있다




크리스탈 악세사리들을 파는 가계. 원래 2층이낙 3층에도 여자 인형이 하나 더 서 있는데...








주말이면, 휴가철이면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이 마을의 10월은

한가하고 여유로웠다.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마을 냄새도 맡고 바람도 맞고 햇볕도 쬐며 그렇게

내 마음대로 이부아를 즐겼다.







어느 새 점심 시간이었다. 

인구 900명이 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레스토랑 천지였다. 

어디에서 먹을지 고르기만 하면 됐다.

몇 군데 기웃거리다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하지만날이 좋아 호수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린 실내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비싼 스위스 물가 덕(?)에 이부아에서의 점심은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남들 와인 마시는 와중에도 난

그 지역 맥주 맛이 궁금해 맥주를 시켰다.

시원했다.



 

1시간짜리 느긋한 점심식사였다.

이부아에선 그래도 된다. 서두를 게 없는 곳이다.

다 돌아보는 데길어 봐야 2~3시간이면 충분했다.




식당을 나와 마을회관 쪽으로 향했다.

마을회관이자 에콜(학교), 그리고 여행안내소 역할까지

하는 곳이었다. 그 옆에는 번듯(?)한 자동인출기가 박혀 있는

은행도 보였다. 왠지 저 은행 건물 2층은 가정집일 것만 같아 보였다.

슬슬 호숫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적당한 곳

아무 곳이나 자리를 틀고 앉아 시간을 멍하게 보내도 좋을 법했다.






안믿기겠지만, 이 건물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Saint-Pancrace 교회 첨탑이 독특하다


좋구나~


스위스에서 온 학생들. 그녀들 뒤로 억센 억양의 영국식 영어를 쓰는 사내 아이들이 한참을 떠들며 머물고 있었다







꽃과 호수로 가득했던 이부아와 작별을 해야 했다.

구석진 곳의 허름한 돌담까지도 꽃,나무와 함께 하는 이 곳에서

시간을 좇는다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사람들 인상 지푸리게 하는

단체 관광객들도 없었고 동네 고양이는 더욱 느긋했으며, 

아이들은 순박했고 어른들은 늘 미소지었다.



이부아의 상징적인 건물 니옹성의 모습




니옹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이부아와 제네바 호수를 말없이 바라봤다.

갈 때 20분은 길게 느껴졌지만 돌아오는 20분은 참 짧게만 느껴졌다.

'언제고 다시 찾을 날이 있겠지'

마음속에서 두 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다.


참, 이 곳엔 작지만 예쁜 '오감 정원'이라는 곳이 있다.

'언제고 다시 찾을 날이 또 오겠지 뭐'

사진=yvoire-fr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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