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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대 기아차를 둘러싼 불편한 두 가지 분위기


11시간 35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독일의 저녁은 역사상 가장 큰 철도파업 여파로 도로가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가뜩이나 잠을 못 자 피곤한 상태로 도착했는데 마중나오기로 한 아내는 늘어선 차량들 속에 갇혀 1시간 이상 늦고 말았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쏟아져 나온 차량들로 인해 거북이 주행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곤함에 무너지는 눈꺼풀 사이로 막힌 도로 위를 채우고 있는 독일 차들이 보였습니다. 비몽사몽, 문뜩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좋겠다 독일인 당신들. 한 번쯤은 타보고 소유하고픈 그런 자동차 브랜드를 도대체 몇 개나 갖고 있는가 말이다.' 


우리에게도 토종 자동차 브랜드는 있습니다. 더욱이 이 기업은 세계 5위의 판매량을 보일 정도로 성장했죠. 하지만 요즘 인터넷 상이나 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 국산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당당히 드러내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점유율도 조금씩 줄어가고 있고, 미국에선 계속해서 천문학적 징벌적 배상금을 물고 있습니다. 위기라는 진단도 있고, 더 욕을 먹고 더 점유율도 떨어져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들도 들립니다. 현대차 안팎에 형성된 불편한 두 가지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1. 칭찬도 비판도 왜곡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


뭐 많진 않지만 저는 현대차에 대해 칭찬할 게 보이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비판할 게 있거나 의견을 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역시 말을 아끼지 않은 편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언급 자체를 자제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칭찬을 하면 "제조사에게 얼마 받았느냐!" 비판을 하면 "무조건 까고 보는 저급한 안티"로 딱지가 붙어버리는 극단적 현실이 싫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판이든 칭찬이든, 그 진의가 왜곡되기 쉽습니다. 글이나 말에 담긴 속뜻은 오간 데 없고, 오로지 누가 비판을 했다더라. 누가 돈 몇 푼 받고 빨아줬다더라..라는 것으로 나뉘어 니편 내편으로 갈리게 될 뿐입니다. 객관적 자료를 준비해 그것을 내밀어도 일단 현대나 기아를 옹호했다는, 혹은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과연 무슨 발전적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어떤 분들은  오죽했으면 자국 브랜드에 대해 이렇게까지 고객들이 분노하겠냐고 말을 합니다만, 때론 합리적 비판을 넘어선 저주와 악담들까지 뒤엉켜 발전적인 논의가 불가능하게 합니다. 과연 이런 현상이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2. 현대 기아 까는 분위기를 이용하라?


현대나 기아차에 대한 기사는 클릭율이 높고 네티진들의 반응도 뜨거운 편이죠. 블로거들의 포스팅도 마찬가집니다. 칭찬이 됐든 비판이 됐든, 현대와 기아를 언급하면 일단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죠. 당연히 낚시성 제목이 달릴 수 있고, 내용도 별 거 없음에도 확대 강조해 마치 큰 문제인냥 뻥튀기는 경우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현대차에 대한 비판을 할 때 유저들을 자극하려는 목적은 없었는지 되묻게 되는데요. 자극만 있고 내용이 없다면, 그런 글쓰기, 그런 비판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3. 현대와 기아 쇠귀에 경읽기?


1,2번이 현대차를 둘러싼 외부의 불편한 분위기라면 3,4번은 내적 불편한 분위기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만났거나 이메일과 그밖의 여러 형태로 대화를 나눠 본 현대와 기아자동차 관계자들은 대체로 비판에도 귀를 열고, 지금 보다 다 나아지고 싶다는 의지들을 피력하는 편이죠. 쓴소리가 때로는 미안해질 정도죠. 물론 일부 애사심에 불타 온라인 상에서 치고받고를 주저하지 않을 직원듣로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한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자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문제는 이런 일반 직원들이 아닙니다. 현대와 기아차의 경영전략을 짜고, 방향을 잡는 경영진 그룹이 문제인 것이죠.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새로운 생각, 새로운 도전,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한 채, 그저 한 대 팔아 어떻게 해서 최고의 이익을 낼지에만 생각이 빠져 있다면, 거기에 혁신이나 창조적 마인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좋은 얘기도 한 두번입니다. 



4. 정체된 디자인, 이슈 없는 기술


현대차의 운전대 디자인 하루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보는 1인입니다. 센타페시아 디자인 역시 몇 년 째 제자리 걸음이고, 차의 성능 또한 현대만의 기술력을 통해 발휘된, 대표적으로 내세울 만한 게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아와 현대의 전자식 운전대 이질감은 언제 개선될지 답이 안 보이고요. 화려한 옵션으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기는 어렵죠. 변화하고 성장되지 않는 기업에 애정을 기울이기는 힘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현대차는 여러 면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마치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보고 또 보는 느낌이랄까요?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말하는..


비난 보다는 비판을, 그리고 자신의 안위 보다는 혁신이 현대차에겐 필요합니다. 두 가지자 잘 맞물려 돌아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자국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미워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도 누군가는 말을 하지만, 사라지는 것 보다는 더 좋은 회사로 거듭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어요? 아우토반에서 본 수많은 독일 차들을 보다, 대한민국 자동차와 소비자가 떠올라 몇 마디 적어 봤습니다. 월요일에는 오랜만에 시승기로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