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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소비자는 자동차 회사의 베타 테스터?


자동차에 얼마 전부터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이 자리했습니다. 

하나는 엔진 다운사이징이고, 또 하나는 자동변속기의 다단화 현상인데요.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건 공기를 많이 빨아 들이고 내뱉는 과급기(터보나 수퍼차저)를 장착해 

예전에 3.0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지금은 2.0리터 급의 터보나 수퍼처처 엔진으로

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말합니다. 



엔진 다운사이징


보통 과급기를 달면 열효율이 높아서 연비에도 조금 더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힘은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하거나 더 키울 수 있어서 

실제로 적은 실린더 (기통)로 많은 힘을 내게 되니 덕분에 작은 차량들이 좀 더 높은 힘을

내는 것에도 도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폴크스바겐 TSI 엔진. 사진=netcarshow.com


피아트 판다에 장착된 트윈에어 엔진. 사진=netcarshow.com



폴크스바겐 골프 같은 차를 봐도 1.4리터 TSI 가솔린 엔진은 150마력이나 힘을 냅니다.

포드 에코부스터 엔진도 1.0리터급이 125마력이나 힘을 쓸 줄 알게 됐고,

피아트는 0.9리터 (875cc) 트윈에어라는 엔진의 힘을 105마력까지

올려 놓았습니다. 1.0리터급이라면 보통 80마력 전후 정도가

일반적이었으니, 대단한 힘을 내는 거겠죠? 


작은 차에 장착된 다운 사이징된 엔진들은 연비효율에서 사실 큰 기대를 아직 하긴 어렵지만

차들의 덩치카 커지고 세그먼트가 높아질수록 다운사이징을 통한 연비효율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작은 차들의 다운 사이징은 힘! 큰 차들의 엔진 다운사이징은 환경과 연비~

뭐 이렇게 간단하게 나눠 볼 수 있겠군요.


 

자동변속기 다단화


이처럼 엔진이 다양해지고 효율화 되는 분위기는 변속기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쉽게 말해서 기어의 단수를 더 늘려 고단으로 갈수록 적은 엔진회전수로 일정 속도를

유지하게 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동 변속기 단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단하게 메르세데스 E클래스를 가지고 설명을 드릴게요.



메르세데스 E클래스.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는 두 개의 자동변속기가 대표적입니다. 하나는 자동 7단, 그리고 하나는 자동 9단입니다.

S클래스에도 안 달린 자동 9단 변속기가 아랫급 E클래스에 달렸는데요. 같은 엔진 배기량에 변속기만 달라졌을 때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E300 블루텍 : 2987cc / 자동 7단 변속기 / 최고 231마력 / 57.24 최대토크 / 제로백 7.1초 / 연비 리터당 18.18km

E350 블루텍 : 2987cc / 자동 9단 변속기 / 최고 252마력/  65.72 최대토크 / 제로백 6.6초 /연비 리터당 18.86km


아, 물론 변속기 하나 바꿨다고 마력과 토크가 저렇게 많은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닙니다. 

엔진 셋팅을 통해 힘을 좀 더 올렸겠죠. 하지만 연비는 그럼에도 더 좋게 나왔어요.

(저 연비는 유럽 복합 연비니까 한국 기준으로는 좀 더 못하니 참고하세요.)

연비효율이 좀 더 좋으니 이산화 탄소 배출량에서도 차이가 발생하겠죠?


E300 블루텍 : 144g/km

E350 블루텍 : 138g/km


변속기가 다단화 된다는 건 무게가 조금이라도 더 늘어나는 걸 의미하죠. 

그런 것까지 감안하면 분명 다단화는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9단 변속기를 달고 나오는 차들이 하나 두울 늘어가고 있는데요.

레인지 로버 이보크, 메르세데스 E클래스, 그리고 지프 체로키 등입니다.

더 있는지는 아직 제가 잘 모르겠지만 9단에서 최근 현대자동차나 폴크스바겐 그룹 등은

10단 변속기에 도전 중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9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있는 Jeep의 체로키. 사진=netcarshow.com




멋진 기술, 그러나 잔고장이란 복병을 만나다


이처럼 멋진 엔진과 변속기의 발전은 운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줬죠.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최근 독일의 일간지 디벨트에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기사가 실렸었는데요.  내용인즉슨, 엔진과 미션의 고장률이 

다른 부분들 보다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CG 카 개런티'라는 보험회사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들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던 자동차 250만대의 고장과 관련한 통계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료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고장률이 줄어드는 분위기와는 반대로 유독 엔진과 미션만 고장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엔진의 경우 고장 빈도는 전체 고장 부위 중 4위에 해당했지만 8.2%가 상승했고 

미션의 경우는 고장률 증가가 더 심각해, 21.6%나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전자장비가 9% 줄어들었고, 배기 시스템 고장률이 23.8%, 

그리고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휠, 안전시스템 등이 전반적으로

고장률이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크게 격차를 벌인 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메르세데스 벤츠의 9단 변속기. 사진=blog.mercedes-benz-passion.com




다운 사이징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경쟁


해당 자료를 공개한 CG 카 개런티 측에선 자료 공개 외엔 다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디벨트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원인을 물었죠. 

우선 KÜS라는 엔지니어 전문가 그룹들이 모인 회사에서 일하는 테스트 엔지니어 

토마스 슈스터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진의 다운사이징, 그리고 더 높은 효율과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만드는

것에서 고장률이 높아지는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자동차 산업 연구센터(FAW)에 몸담고 있는 볼프강 마이니그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품 공급업체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받는 비용 상승에 대한 압박,

그리고 점점 더 많아지는 전자장비가 적용이 되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 등이 

품질이 하락하는 것에 영향을 줍니다.  물론 운전자들의 관리소홀 같은

마인드의 문제도 있다고 해야겠죠."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는데요.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리콜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건 품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겁니다.

제조사들끼리의 경쟁에 따른 부담과 모델 체인지 기간의 단축의 압박 등도

엔진과 미션의 고장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 겁니다.

혁신적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채 그 기술이 익기도 전에 

양산되는 차량에 적용이 되면서 운전자들은 본인들 의지와 상관없이 

테스터가 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엔진 다운사이징과 미션의 다단화라는 하나의 흐름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그 경쟁이 연구 개발 비용과 출시 일정 단축 등의

부담 등과 얽혀, 확실하게 검증받고 나와야 하는 엔진과 미션의 고장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뭐 이렇게 정리가 될 수 있겠네요.


상승하는 기름값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연비 효율이 높은 차량을 내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력을 발휘하는 메이커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이런 이면의 부조화들로 인해

운전자들이 흔히 말하는 '베타 테스터'가 되어야 한다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군요.



레인지 로버 이보크 변속기 다이얼. 사진=netcarshow.com


설익은 혁신적 기술, 베타 테스터. 이런 단어들이 자동차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엔진과 미션의 증가하는 고장률을 통해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 게 아닌가 싶은데요.

해당 기사를 본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요. 그 중 추천수가 높았던 몇 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독일 네티즌 반응


Meister Lampe : "난 늘 생각한 3기통 엔진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이런 작은 엔진들은 100,000km 이상은 더 달리기도 쉽지 않을 거아. 중요한 건 내 이메일이나 문자를 읽어주는 게 아니겠어?" (비꼬는 것임)


John Robie : (위 글에 대한 답) "피아트가 2기통의 트윈에어를 내놓았잖아. 이런 엔진은 신호등에서 빠르게 치고 나갈 수도 있고 생각 보다 엔진 사운드도 괜찮은 편이라고 봐. 하지만 연비는 별로야. 과연 이런 엔진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나의 30년 된 75마력짜리 푸조 보다 조금 덜 기름을 먹게 하기 위해 쏟아 붇는 그 기술과 투자이란 것, 그것에 기울이는 엄청난 노력을 생각하면 좀 놀랍기도 해."


Chris : "나도 기사에 동감해. 스페셜한 토크가 강한 디젤 엔진을 자동변속기랑 엮는 것은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게 아닐까? (5만km 이하 달린 자동변속기가 달린 2012년 벤츠 ML의 깨끗하지 못한 변속 느낌) 설령 내가 이런 좋은 차를 살 수 있다고 해도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싫어. 차라리 평범하지만 명확한 수동 변속기가 낫다고 생각해."


B.Rackelmann : "그런데? 소비자들 입장에서 어떤 자동차, 어떤 회사의 차의 엔진과 미션의 고장률이 높은지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정보가 없다면 이 기사는 별 다른 의미가 없는 거야."


hf01587 : "1.4 TFSI 150마력? (아우디 A3인 듯) 이런 엔진의 차량들은 보통 높은 중간압력(?)으로 구동하게 되어 있어. 피스톤 헤드, 피스톤 링, 밸브 등에 부하가 걸릴 수 있게 되는 거야. 결국 1.8리터의 90마력짜리 엔진 보다 오래 버티긴 어려운 것이지. 자동차 회사들의 멍청한 정책 때문인데, 이런 흐름을 에코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봐."


Herbert : "다행이다. 내 아스트라G 디젤은 18만km가 넘었는데도 처음과 같이 잘 작동되고 있거든. 어떤 바보가 내 차를 박지 않는 이상 난 이 차를 10년 정도는 더 탈 수 있을 거야."


자동차의 기술, 특히 엔진과 미션의 흐름은 어쨌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은 배기량과 변속기의 다단화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 속에서 개발되는 엔진과 변속기의

안전성도 비례해서 함께 다져져야 한다는 것이죠.


소비자들도 무조건 연비 연비만 외칠 게 아니라, 얼마나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안정성을 확보했는지 등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 블로그도, 그리고 더모터스타 카페 (http://cafe.daum.net/themotorstar)도

이런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창구로써의 역할 더 잘 하도록 노력해야겠죠?

힘찬 한 주의 시작 되세요!


*베타 테스터 : 만들어진 물건이나 기술에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 먼저 점검하고 테스트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