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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다시 타고 싶지 않은 나의 황당 택시 경험담



여러분은 어떤 특별한 택시 경험을 해보셨나요? 저는 이 번 한국 방문에서 생전 처음, 기겁할 만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혀를 내두르게 했던 그런 순간이었죠. 어느 정도였냐고요? 지금부터 독백 형식을 빌려 경험담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택시를 탔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주말이었지만 그래도 내심 시간 내에 가겠거니 기대를 했다. 마침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택시를 발견하곤 얼른 올랐다. "기사님 ooo역 부탁 드립니다."


예순은 훌쩍 넘어 보이는 기사님은 보기와 달리 꽤 터프한 운전을 했다. 막히는 구간을 뚫고 강변북로를 달리던 그는 이미 어떻게 해야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모양이었다. 다시 강변북로에서 차량들이 정체되는 것을 목격한 그는 한강철교를 지나자 갑자기 둔치 쪽으로 택시의 방향을 틀었다.


느닷없는 행동에 순간 당황을 했지만 남들이 모르는 길을 알고 있겠거니, 애써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그 태연함은 채 1분을 넘기지 못했다. 둔치 주차장 방향으로 내달리던 그는 차단기가 보이자 쌍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야이 ~!@ㅉ$ㄲ%ㄸ!! 


원래는 이런 매표소가  없는 곳인데 돈독이 오른 서울시가 생쑈를 했다며 더욱 흥분하는 게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어찌어찌 그 곳을 벗어난 택시는 다시 '자동차 진입금지'라고 적힌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 도로 앞에 멈춰섰다. 과거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냐며 흥분하던 기사분은 5초 정도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말도 안되게도 자동차가 갈 수 없는 그 좁은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 게 뭔 일인가 싶어 이 길로 택시가 갈 수 있는 거냐 물으며 되돌아 나가자고 말했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기사분은 갈 수 있다며 더 속도를 높였다. 때마침 앞에 자전거가 보였다. 그러나 미안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전거 운전자를 향해  "얌마 자전거에서 내려!!!" 라고 기사분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 짓인지.


그 택시에 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던 나는 고개를 숙였고 그런 나를 태운 택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가서는 안되는 둔치 자전거 도로를 질주해댔다.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일단 상황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기에 참았다. 그렇게 2분여를 달린 택시는 다행히 다시 둔치에서 강변북로로 진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무용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소 차량 흐름이 빨라지자 놀라운 칼치기 솜씨로 차량들 사이를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온갖 불법적인 운전을 하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뒷좌석 손잡이를 양손으로 꼭 움켜 쥔 채 '제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교회도 안 나가면서). 조마조마한 내 기분은 전혀 개의치 않던 기사분은 연신 창밖으로 가래를 뱉어가며 운전을 했다. 


안전운전이고 뭐고, 그냥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랐지만 택시는 다시 꽉 들어찬 자동차 숲 사이에 멈춰섰다. 다시 막히는 상황에 짜증이 난 그는 차로가 없는 갓길 등을 이용해 달리기 시작했다. 진출로에서 끼어들기는 기본에, 가만히 보니 안전벨트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본인이 끼어드는 것은 미안해 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차가 자신의 택시 앞을 가로 막으면 하이빔을 날리며 욕을 쏟아내기도 했다. '아~ 벗어나고 싶다'


겨우 정신을 차릴 때즈음 다행스럽게도 목적지가 보였다. 택시비를 계산하며 나도 모르게 그 분에게 " (정말 곡예운전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인사를 건넸다. 풀린 다리로 택시에서 내리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택시는 운이 좋게도 다른 손님을 태운 뒤 으레 그랬던 것처럼 거칠게 어디론가로 사라져갔다.



대한민국에서 택시 기사로 산다는 것



택시를 여러 번 이용하고 있지만 위에 언급한 그런 기사분과 달리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친절했습니다. 간혹 정치적인 이야기로 내릴 때까지 괴롭(?)히는 분도 계셨지만 전반적으로 그 반대였죠. 특히 남산길을 달리던 어느 기사님은 창문을 내리며 숲내음 느껴보라는 기분 좋은 서비스까지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한국 방문에서 눈에 띈 것은, 택시 기사님들의 연령대가 굉장히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50대로 보이는 분들 조차 흔치 않을 정도로 기사분들의 나이대는 높았습니다. 마침 어느 분께서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를 이야기해줘 이해를 할 수 있었는데요. 


" 요즘 택시 몰아서 4인 가족의 가정을 돌볼 수가 없어요. 회사택시는 당연하고 개인택시 조차 두둑하게 챙겨가던 건 옛말이 됐습니다. 내가 회사택시를 모는데, 한 달에 26일을 일해요. 하루에 12시간을 운전하죠. 그래도 사납금 겨우 맞출까 말깝니다. 택시 기본비 올랐다고는 해도 이게 기사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오지도 않는 실정이죠.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택시운전을 하려고 하겠어요? "


씁쓸한 표정으로 택시 문제를 이야기하던 기사분은 '경로택시' 됐다며 쓴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어떤 기사분은 택시 운전 4개월 만에 12kg이 빠졌다며 친구에게 살 빼려면 택시 운전하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기사분은 실직한 아들 생활비까지 자신이 택시 운전해 보태고 있다며 어깨를 떨궜습니다. 


굉장히 힘든 택시 운전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수입에 힘든 운전을 하루 12시간씩 하려다 보면 질 좋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저 위에 예로 든 그런 기사분이나 안 만나면 다행일 겁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언제 우리나라도 기사와 승객 모두가 만족하는, 그리고 교통에 있어 모범이 될 만한 그런 택시 문화를 얻을 수 있을까요? 모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택시 환경이 이뤄지기 위한 고민들이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기사님들! 안전운전해주십시오. 그리고 택시운전 열심히만 하면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 없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도 신경 더 써주셨음 합니다.



*본 사진들은 특정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