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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안철수 의원과 나눈 자동차, 교통 정책 이야기



안철수 의원과 서면으로 자동차, 자동차 문화, 교통 정책에 대해 생각을 묻고 대답을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요즘 언론 표현처럼 하자면 '단독' 포스팅이 되겠군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 서면 인터뷰에 응해 준 안철수 의원께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인터뷰 내용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철수 의원. 사진제공=안철수 의원실


질문1> 바쁘신 가운데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정치인이다 보니 여러 곳을 다녀야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선 자동차 자동차는 필수겠죠?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신지 궁금합니다.


바쁜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자동차에 많은 신경을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직접 운전할 기회가 없어 아무래도 관심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다만 자동차와 IT의 기술 결합,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 공유경제형 서비스인 카셰어링 등 관련 업계의 변화와 혁신 소식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틈나는 대로 챙겨보고 있습니다.



질문2> 짧은 기간동안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주로 다루다 보니 국민들도 자동차를 문화로서 바라보고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세계 5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현대자동차만하더라도 제대로 된 자동차박물관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죠. 최근엔 오히려 독일브랜드인 BMW 가 일반인들을 위한 자동차트랙을 건설 중에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되는 자동차를 문화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 중요하다 보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오랫동안 국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양과 속도’가 가장 중요한 성장 위주의 경제구조를 유지하다 보니 자동차 역시 경제적 관점에서만 다뤄졌던 것 같습니다. 해외시장에 우리 자동차를 몇백만 대 수출했는지가 온 국민의 관심사였으니까요. 싸고 빠르게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이 최고의 미덕인 상황에서는 자동차를 문화적 관점으로 본다는 말 자체가 생소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통해 인생과 삶을 즐기고, 소중한 가족∙친구와 함께 추억을 쌓는 일상이 유행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보통 자동차를 ‘재산목록 1호’라거나 조금 더 애정을 담아 ‘애마’라고 말해왔다면 앞으로는 나와 가족과 함께하는 ‘반려 자동차’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질문3> 교통정책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교통문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나면 여지없이 "우리는 아직 멀었다." 는 식의 자괴적인 댓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벌금을 강하게 부과해야한다." "단속을 더 철저하게 해야한다"는 얘기들도 많죠.

하지만 단속 강화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법은 아니라 봅니다. 횡단보도정지선 단속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데요. 신호등 위치를 유럽처럼 횡단보도 위에 설치하면 정지선을 지나칠 수 없게 되어 있죠. 이처럼 효율적인 시스템을 우선 갖추고, 그 시스템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육 홍보한 뒤에 국민의식을 나무라고 단속하 것이 저는 순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원님은 어떻게해야 교통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단속 강화만으로 교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정책은 ‘하수 중의 하수’라고 생각합니다. 법규를 위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교통 시스템 전반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어렸을 때부터 타인을 배려하는 교통 문화 인식을 교육하고 체득시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죠. 그런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단속만 강화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공분케 했던 ‘미개한 국민’ 발언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질문4> 우선 글 두개를 봐주세요. 

"저는 2년 전에 면허땄지만 운전은 못합니다. 필기 95점, 기능 95점, 도로주행 95점이었는데, 정말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저런 점수를 받았다는 게 저도 놀랍고, 심지어는 같이 딴 친구는 합격하고 시험감독관이 운전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우리나라 면허시험 답이 없어요. 그냥 40만 원 들여서 신분증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면허증) 따고 있는데, 기능시험 전에 2시간 연습하던데 20분 타고 혼자 타라네요. 오늘 (시험) 봤는데 100점합격;; 저 아직 코너 도는 거랑 차선이랑 다 미숙하고 후진이라든지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이제 도로주행 나간다네요. 차라리 예전에 열 몇 시간씩(연습)했던 게 더 나은 거 같아요. 무서워죽겠습니다."

면허취득 간소화조치 이후에 벌어진 현장의 풍경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면허취득비용의 부담을 덜자는 뜻은 좋지만 그로인해 면허취득과정이 너무 허술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의 의지는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자동차를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폐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만 따지니까 이런 문제들과 소모적인 논란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운전면허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안전과 편리를 위한 사회적 약속을 알고, 지키고, 숙달하기 위함이죠. 당연히 상당한 시간과 노력,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서두른다고,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거죠. 단순한 기계의 조작 가능 여부만 따진다면 국가가 개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면허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위해서는 교통 이동권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지자체 등에서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입시를 마친 학생 등을 대상으로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요. 반드시 비싼 돈을 내고 민간 학원에 다녀야만 현실적으로 면허 취득이 가능한 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합니다.



질문5> 앞서 교통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교통안전교육이 필수과정으로 되어 있죠. 우리도 학생들에게 도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교통안전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세월호 이후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교통안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안전교육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 파랑 신호등에 손을 들고 건너라는 수준 이상을 교육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죠. 우리 학생들이 크면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됩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종합 교통안전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낮은 출산율, 높은 자살률 못지 않게 우리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숫자가 바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입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안철수 의원. 사진제공=안철수 의원실


질문6>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인상적이었던 게 버스에서 장애인 승객들에 대한 배려 부분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것은 물론이고, 승객들 역시 자발적으로 그들이 차에 오르고 내리는 것을 돕고 있었죠. 저도 물론 휠체어를 밀고 끌고하는 경험을 하면서 뭔가 뿌듯함도 느끼고 그랬는데요.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지금 장애인 기준에서 어떤 수준이라 보시는지, 그리고 개선을 한다면 어떻게해야 바람직할지 말씀해주십시오.


무슨 거창한 국제대회를 유치해야 국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부분들이 바로 한 나라의 품격을 나타냅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이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지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여전히 시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원이 아니지요. 이동권은 시민의 당당한 권리이자, 국가의 엄중한 의무입니다. 최근 장애인뿐만 아니라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몇몇 지자체에서 참신한 정책들을 펼쳐 큰 호응을 얻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 차원에서 이런 노력에 대해 예산 지원을 늘리거나 법제화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질문7> 최근 자동차는 '기계 반 전자 반'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IT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얘기인데요. 요즘 독일에서는 항공우주센터와 기업 및 학계 31개 곳이만나 UR:BAN이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도로 인프라와 자동차 사이에 정보를 실시간 교환하는 것이죠. 신호등이 몇 초 후에 바뀔지 미리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포함돼 있습니다. 

2012년부터시작해 2016년까지진행될 예정이고 전체 연구비 약 1100억 중 절반을 연방정부에서 지원합니다. 우리도 정부차원에서 첨단 교통시스템을 지원하거나, IT 경쟁력을가진 중소기업들을 이런사업에 참여시켜야 하지않나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자동차나 IT 분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독일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도 적고, 글로벌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히든 챔피언’도 훨씬 적은 게 현실이지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훨씬 더 종속된 상황이라 접근이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독일의 사례가 무척 부럽지만 성급하게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고 집행할 경우 애초 취지와는 달리 정작 중소기업에는 혜택이 별로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눈먼 지원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질문8> EU  내에선 몇 년 전부터 2050년 정도에 아예 엔진이 없는 유럽을 만들자는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와 같은 대안들이 계속 얘기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아직까진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친환경적이진 않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없는 세상으로 만들려는 노력들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의원님은 이런 분위기가 미래에 대한 제대로된 접근이라고보시는지요. 만약 맞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어떤노력을 기울어야 할까요?


산업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처럼 전력 생산에 있어 원자력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검토되어야 하겠지요. 지금 제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이나 전기차 보급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 토대로 많은 전문가가 모여 정책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9> 정부가 운전자들 편이 아니라 자동차회사들 입장을 너무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급발진 의혹 관련해선 정부나 제조사측과 소비자들 사이에 이 문제를 바라보는 간극이 너무 커보이는데요. 문제해결을 위해 범조직을 구성하는 것 등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운전자안전 측면에서 미국처럼 제조사들에게 강화된 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할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제조사들은 "우린 해당판매 지역의 법에 맞춰 차를 만들고 팔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법을 강화시키면 된다."라고 합니다.이런 이유로 내수시장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수준 이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지를 못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운전자의 안전 관련해서 제조사들에게 강화된 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자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있다면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여러 질문에 답변해놓고 보니 제가 전문으로 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자동차 분야를 잘 모르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생각을 말씀드린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 바로 ‘문화로서 자동차를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입니다. 저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고, 꼭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시간을 쪼개 아는 것은 아는 것만큼,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함으로 대답을 해준 안철수 의원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보다 많은 정치인들이 더 넓고 깊게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 교통 정책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음 좋겠고, 그러기 위해선 건강한 소비자 집단이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자동차 정책과 교통 정책에 관심을 갖고, 그런 법안을 만들고, 그렇게 합리적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하는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념에 따른 지지와 상관없이 응원하고 표를 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정치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힘은 결국 운전자들(혹은 국민)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여러분 모두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