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라는 도시를 관광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다소 까칠하고 불친절한 포스팅을 오늘 하나 마련했습니다. 오만가지 정보 친절하게 알려드릴 능력도, 정성도 없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는 알아 두면 좋지 않겠나 싶어 사진과 함께 몇 자 끄적이니, 단 한 가지라도 도움을 얻길 바랍니다. 본문 시작하면 까칠한 간결체 모드로 들어가오니 이 점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견이 갈렸다.
1박을 하느냐 당일로 다녀오느냐의 문제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평일 출근시간을 피할 수만 있다면
자동차로 2시간 반 안에 넉넉히 도착하는 곳이 뉘른베르크다.
그러니 바지런 떨면 한방에 훅하니 다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내의 의견.
하지만 애초부터 바삐 둘러볼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샅샅이 뒤지고 느끼고 경험하려는 이에겐 사흘이라고 길까?
어쨌든 고집 피워 1박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다소 느긋하게 출발했다.
일단 기차를 타고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을 하든, 자동차로 오든
뉘른베르크 관광은 인구 5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 전체가 대상이 아니기에
성벽으로 둘러 쌓인 구시가만 찾으면 된다.
50만 명이 무슨 거대도시냐고 하겠지만 독일은 그렇다.
뿔뿔이 흩어져 사는 이 나라 사람들의 습성에 비춰 보면 이 도시는 크고 복잡하다.
거기다 관광의 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구시가는 다른 곳들의 소담스러움에 비하면
크고 번잡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썬캡 쓴 한국 아줌마들의 빠른 걸음이라면
베를린이라고 하루 만에 못 둘러볼 건가 싶긴 하다.
일단 수공예인 광장을 못 들어간 게 영 뿔이 났다.
씩씩거리며 첫 날 두 번째 방문지로 정해놓았던 게르만 국립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길을 바라보며 좌향좌!
포인트 1> 게르만 국립 박물관 가는 길 & 박물관
뉘른베르크 흉 좀 보자.
보통 독일의 구시가라고 하면 작고 역사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그런 곳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긴 그렇지 않다.
구시가가 너무 커서
백화점과 쇼핑센터, 거대한 현대식 주차장과 각 종 사무실 건물들이 뒤섞여 있다.
독일에 살고 있는 내 눈엔 하나도 안 아담하고 안 이쁜 곳이었다.
그러니 이 곳이 독일의 전형적인 구시가라고 생각하는 여행객들이 있다면
그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박물관 입구다.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이 곳에서 사진을 못 찍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맞다.
원칙적으로 촬영 금지이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플레쉬 사용을 하지 않는 조건이면 가능하단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방문 시엔 밑져야 본전이란 자세로
물어나 보시길.
근데 입장권을 끊으며 나는 독일어로 이런 저런 걸 묻는데
저들은 영어로 대답을 하는 게 아닌가?
독일인 아니면 기계적으로 영어가 튀어나오나 보다.
좀 웃기는 시츄에이션이었다.
까칠하게 대충 넘어가려고 했지만 한 두 가지 덧붙인다.
박물관이 보기와 달리 엄청 넓고 소장품이 가늠이 안될 정도로 많다.
1300만 점이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선사시대부터 최근 예술 양식과
다양한 해시계까지 아주 없는 게 없는 오만가지 잡다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부터 이 곳에서 몇 시간이고 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1박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외투를 입고 관람을 한 게 바보같은 짓이었다. 실내가 더워서 외투를 벗었더니
MIB 스타일(은 아니지만)의 안내원들이 오더니 입으라고 했다.
"저기 더워서 땀띠..."
그건 니 사정이란다.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외투는 사물보관함에 넣고 왔었어야 한다나 뭐라나.
결국 땀 삐질삐질 흐르는 상황으로 인해 계획했던 시간의 절반밖에 쓰지 못했다는.
참고하시길.
포인트2> 성로렌츠 교회에서부터 무제움(박물관)다리까지
두 번째 포인트라고 하면 앞서 설명한 쾨니히슈트라쎄르 따라가면 보이는
높은 성 로렌츠 교회,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는 중앙광장(하우프트플라츠)
가기 전에 만나는 무제움다리이다.
특히 성 로렌츠 교회는 겉에서만 보면 아까운 곳이니 꼭 웅장함 속으로 들어가 보시길.
늘 유럽의 교회들은 크고 깊이 있고, 오래된 모습으로 비슷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가 다른 모습으로 우릴 맞이한다.
성 로렌츠 교회도 그렇다.
성 로렌츠 교회는 일종의 구시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준다.
여기서 빠져나와 중앙광장 쪽에 다다르면 페그니츠강을 만난다.
강이라고 하지만 좁디 좁다. 그래도 이 곳이 의미가 있는 건
사진 찍기 아주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곳도 좋지만 사진의 반대편 뒤쪽으로 가면 만나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사형 집행인의 작은 다리'와 와인하우스가
훨씬 운치 있고 예쁘다.
다리 이름은 섬뜩하지만 오래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는 정감어리고
풍경은 아늑하고 따뜻하다.
그냥 제일 좋은 건 강을 따라 조금 왔다 갔다 해보는 것이다.
*박물관다리 주변에는 제법 먹을 만한 빵과 마실 만한 커피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여기서 간단히 배를 채우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길.
부록> 아무리 봐도 썰렁한 중앙광장과 히틀러가 애용했다는 호텔
뉘른베르크하면 크리스마스 시장을 떠올리게 된다.
전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진 그 곳.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까?
하나도 안 멋지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 1년 11달은 더욱 그렇다.
조금 넓을 뿐 차라리 프랑크푸르트, 그 재미 없다는 프랑크푸르트의
뢰머광장 보다 못하다는 게 동행한 아내의 푸념 섞인 의견이었다.
그 툴툴거림에 나 역시 동의했다.
독일의 옛 도시들은 늘 중앙에 저런 광장이 있어서 거기서 장이 열린다.
그리고 묵히고 묵힌 세월의 짙은 향이 여전히 배어나오는 곳들이 지천에 있다.
광장의 가치로만 보자면 개인적으로 뉘른베르크는 '아니올시다'였다.
포인트3> 장난감 박물관과 카이저부르크 가는 길
개인적으로 뉘른베르크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코스였다.
다 큰 어른이 무슨 장난감이냐고?
모르는 소리시다.
다 컸기 때문에 장난감 박물관에서 옛날을 추억할 수 있고, 또 그러해야 한다.
그냥 넘기기엔 너무나 아쉽고 즐거운 공간이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장난감들과 미니어처는 환상 그 자체였다.
특히 방 하나를 다 채운 거대한 기차역 미니어처는 실제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시연을 한다고.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부엌, 집안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미니어처들과 작은 군인 모형들을 모아
전투 현장을 재현한 미니어처 등은 감탄만 쏟아내게 한다.
리디아 바이어라는 여성이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장난감들은
그 규모와 양에서 놀라움을 선사한다. 평생을 박물관에서 일하며 뉘른베르크를
장난감 도시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그녀의 이름은 이제
'리디아 거리'로 영원히 뉘른베르크와 함께 하고 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걷노라면
복잡하고 칙칙한 구시가 중심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또 다른 향을 만나게 된다.
조용하고 아늑한 골목들, 곳곳에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붉은 맥주를 파는 술집.
어수선함은 어느 새 가시고 마치 장난감 박물관의 분위기를 이어가듯 예쁘고 상냥한
동네와 사람들이 카이저부르크 근처 성벽까지 이어지며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만든다.
포인트4> 카이저부르크에서 도시의 전경을
이제 소개할 마지막 장소에 다다랐다.
카이저부르크. 1050년에 건축되었다는 곳.
성 안에 박물관도 있고 탑에 오르면 더 높은 곳에서
도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친 우리는 그냥 성벽에 기대어 도심을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마무리.
카이저부르크에 오르는 길과 내리막 길까지 사진으로 잠시 감상해 보자.
호텔의 친절한 직원이 건네 준 뉘른베르크 관광안내지도에는
대략 80곳이 넘는 곳이 여행객들에게 추천하는 장소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다 둘러보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단 하루동안의 시간이 주어진 이들에겐 더더욱.
그러니 오늘 안내한 코스를 잘 참고하시길.
굳이 이 코스대로 안가도 그만이고, 이것 그대로 따라 가도 괜찮다.
아니면 좀 더 다양하게 섞어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뉘른베르크를 전쟁의 도시, 전범의 도시, 히틀러의 도시라고 생각한 이가 있다면
그 생각은 지워도 좋다.
그림과 교회와 맛있는 아이스크림가게와 향 좋은 비누가게가 있는,
그리고 장난감과 전통 과자인 레프쿠헨이 있는 도시로 기억하길 바란다.
다소 복잡하다 싶으면 나처럼 아무 골목으로 들어가 보길 권한다.
그 안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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