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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 아우토반 시승기

볼보 V40 크로스 컨트리 독일 시승기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되는 볼보는 독일산 프리미엄 메이커와 경쟁을 하는 입장이지만 그 분위기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려함 보다는 단단함, 강인함의 이미지가 좀 더 스며들어 있다고 할까요? 이런 식의 비유면 어떨까 합니다. 표정없는, 왠지 무뚝뚝한 학생처럼 생겼죠. 딱히 끌리지는 않지만 묘하게 시간이 갈수록 알고 싶어지는 그런 학생 같습니다. 알고 보니 정도 많고 남 배려할 줄도 아는 그런 괜찮은 친구더군요.

 

이런 묘한 매력을 가진 볼보는 적진이랄 수 있는 독일에서 많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나름 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건 역시 SUV 붐을 타고 있는 XC60인데요. 8774대가 지난 해 독일에서 팔려 84위에 올랐습니다. 300개가 넘는 모델들 중 순위이니 그리 나쁘진 않은 수준입니다. 그 다음이 V40으로 6567대가 팔려 104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승폭은 볼보 모델들 중 가장 높은 169%나 됐습니다. 또 판매량과는 무관하게 작년 독일 J.D파워 조사에서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한 브랜드가 됐죠. 독일인들 조차 볼보는 인정하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오늘 저는 이 믿음 가는 볼보의  효자모델 중 V40의 변형이랄 수 있는 V40 크로스 컨트리를 시승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가속력과 도심에서의 주행, 그리고 코너링 등을 적절히 체크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크로스 컨트리가 들어가지 않아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왜 V40 크로스 컨트리가 수입이 안되는지 타 보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간단히 정리를 해본 V40 크로스 컨트리 시승기 시작하겠습니다.

 

 

 

 

 

 

◆ 외 관

V40가 처음 출시됐을 때 '어떤 차일까?' 꽤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감흥이 의외로 빨리 식더군요. 그리고 얼마 후 V40의 온-오프 겸용 모델인 V40 크로스 컨트리가 또 등장합니다. 다시 V40에 대한 관심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때 잠깐 관심을 끌고 잊혀져 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V40 크로스 컨트리에 대한 광고가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잊고 있던 V40 크로스 컨트리에 대한 호기심이 타보지 않고는 가실 거 같지 않아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대리점에 시승 신청을 했습니다. 구매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 집에서 좀 떨어진 곳까지 찾아가 결국 녀석을 만나게 됐죠. 개인적으로는 흰색과 검정색의 조화가 예뻐서 내심 기대했지만 원하던 색상은 없었고 대신 카스피안블루라는 색상의 모델을 시승하게 됐습니다. 색상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크로스 컨트리는 V40 일반형에 오프로드 주행 기능을 높인 온-오프 겸용 자동차죠. 그래서 V40 보다 지상고가 40mm가 더 높습니다. 그 외에 외모에서의 차이는 앞에 그릴이 가로형이 아닌 벌집형으로 되어 있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선사합니다. 범퍼의 구조와 그에 따른 주간등의 모양이 다릅니다. 또 지붕에도 변화가 있는데요. 일반형에는 없는 루프 레일이 달려 있어 스포티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뒤 범퍼 아래에 스키드 플레이트, 그러니까 가림막이 선명하게 온오프 겸용 모델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가림막은 주로 비포장 도로 주행 시 이물질이 튀어 묻는 걸 방지해 차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실 스타일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용도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V40에는 없는 4바퀴 굴림 사륜구동 방식을 크로스 컨트리에서는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아쉽게도 제가 시승을 한 모델은 앞바퀴 굴림 모델이었는데 주행에 대해선 잠시 후에 정리를 해보도록 하죠. 

 

V40 앞과 뒤의 모습. 사진=볼보

V40 크로스 컨트리 앞모습. 사진=볼보

 

 

 

실내 및 트렁크

실내로 들어가면 V40 일반형과 꼭 같습니다. 아주 심플합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죠. 불필요한 기능, 요란한 라인은 모두 제거한 듯한, 그래서 요즘 자동차들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간결함으로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다만 마감 상태가 참 좋아서 그런지 빈틈 없이 단단한 느낌을 안팎 모두에서 받게 됩니다. 

 

처음에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왠지 무뚝뚝한 학생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고요. 실내에 들어오면 그 느낌이 좀 더 선명해집니다. 심심한 거 같고 확 끌리는 맛은 없는데, 계속 보고 경험하다 보면 직관적인 구성으로 잘 조립이 되어 있어 옹골찬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시티 세이프티처럼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 그리고 평소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보행자를 위한 범퍼 에어백 기능 등은 이 차가 속 깊고 마음 따뜻한 학생이라는 걸 알게 해줍니다.

 

운전대는 생각 보다 두툼했는데요. 손이 작은 여성들의 경우엔 좀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계기반은 아날로그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두 디지털화 되어 있죠. 감성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겐 낯설겠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는 분들에겐 분명 도움이 되는 구성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조금만 더 화면들이 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실내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보면요. 멋을 안 부린 거 같아도 은근히 소소한 부분에서 스타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몇 군데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6단 자동변속기의 노즈 부분은 볼보 V40에서 가장 멋을 부린 곳이 아닌가 싶고요. 문의 손잡이 부분도 크롬으로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직물 시트이지만 다른 메이커의 직물 시트 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스럽게 가죽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착좌감은 기대만큼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또 뒷좌석 공간이 역시 다소 좁게 느껴졌는데요. 공간의 부족은 늘 볼보가 지적을 받는 부분인지라 전체적으로 이 부분이 해소가 되어야 보다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독일 경쟁 모델인 BMW 1시리즈 등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뒷좌석이었고요. 준중형급이라는 걸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마감이나 소재의 퀄리티는 괜찮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트렁크는 2단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폭이 있는 물건을 실을 때 바닥을 한 단계 낮추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트렁크 용량이 작기 때문에, 짐을 넣을 수 있는 부분만 놓고 본다면 레저 친화적이라는 이 차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주 행

제가 시승한 모델은 179마력 가솔린 T4 모델인데요. 사륜구동의 경우 가솔린 T4와 T5에만 적용이 되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일고 있는 디젤붐, 네바퀴 굴림 붐을 생각한다면 이 부분은 큰 약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 시동키를 눌렀습니다. 엔진이 으르렁거렸지만 차체의 떨림 등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숙성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다소 뻑뻑한 변속기를 D모드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두툼한 핸들은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가볍게 돌아주었는데요. 고속주행 시에도 운전대의 안정감은 직진안전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저속으로 주택가를 빠져나가는 동안 나즈막하게 들리는 엔진음 외엔 거의 외부 소음이 스며들지 못했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속도를 좀 높이자 바람 소리가 순간 커지더군요. 

 

시승한 날이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그래도 80km/h를 넘어서면서부터 순간 커진 바람소리는 운전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딜러에게도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날씨 탓으로 슬쩍 돌리곤 웃어버립니다. 사실 이 녀석을 시승한 이유 중에 하나가 40mm 정도 높아진 지상고 때문이었어요. 그 정도면 두터운 책 한 권을 깔고 앉은 것처럼 높이의 차이가 느껴지는 수준이라 탁 트인 시야를 원하는 아내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막상 운전을 해보니 높이의 이점이 하나도 안 느껴졌어요. 기본적으로 전후방 시야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딜러에게 물어보니 차의 전체 높이는 높아졌지만 실제 시트의 경우 40mm 보다 조금 낮은 30mm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원 상의 높이 보다 훨씬 낮게 느껴졌고 그 점은 시인성의 확보를 기대했던 저에겐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무제한 구간으로 나가 풀가속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추월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았습니다. 가솔린 모델로서는 나쁘지 않은 토크 수준(30.6kg.m)이었지만 역시 디젤에 비해 시속 80km/h까지는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80km/h를 넘어서면 어느 정도 탄력이 붙고, 그제서야 180마력 준중형의 힘이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가속페달에 힘을 더 주자 엔진이 힘을 쓰고 있다는 걸 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좋게 평가하면 엔진사운드고 좀 비판적으로 보자면 평범한 엔진음이 실내를 어지럽히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탄력을 받고 추월을 하는 동안은 비교적 안정감 있게,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몇 번 그렇게 급가속과 고속 주행을 하는 동안에도 직선구간에서 크로스 컨트리는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죠. 그런데 아쉬움은 코너에서 드러났습니다. 독일에는 크고 작은 회전교차로가 많습니다. 신호등이 없이 사거리에서 차량들이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빠져나가는 곳인데 시승한 코스에는 유독 이 구간이 많았습니다.

 

약간 거칠고 빠른 속도로 회전교차로를 빠져 나오는데 뒷바퀴 쪽에서 조금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느꼈나 싶었는데 두 번째 교차로에서도 같은 현상이 느껴지더군요. 사륜 구동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여름용 타이어를 탓해야 할까요? 걱정했던 롤링 현상( 차가 회전 시 좌우로 기우뚱하는 현상)은 없었지만 코너를 빠져나갈 때 반복되는 뒤쪽의 불안감은 주행에서의 또 다른 아쉬움이었습니다. 어쩌면 뒷바퀴 굴림 모델인 1시리즈 구형 모델을 운전한 직후에 경험한 부분이라 더 이 부분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 이 차, 왜 수입이 안될까?

    

주행을 다 마치고 주차를 하고나니 옆에 S60이 세워져 있더군요. 확실히 S60는 차분한 느낌이고 그에 비하면 V40 크로스 컨트리는 좀 더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 줍니다. 준중형급에서 이런 온오프 겸용, 네바퀴 모델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고마력 가솔린 모델만 네바퀴 굴림이 적용되고 있죠. 디젤과의 조합을 바라는 분들에겐 반쪽짜리 모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러니 연비도 디젤에 사륜이 적용되었을 때 보다 나쁠 수밖에 없겠죠. 물론 254마력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리터당 15.6km (유럽 복합연비 기준)가 나오니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인상을 찌푸릴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객의 선택권이 없다는 건 아쉬워 보입니다.

 

거기다 V40 T5 모델에 비해 V40 T5 크로스 컨트리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670만 원 정도 더 비쌉니다. 네바퀴 굴림에 온오프 겸용 모델이라는 점이 이런 가격 차이를 만들었는데요. 과연 이 금액의 차이만큼 모든 면에서 변별력이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시승한 게 앞바퀴 굴림 모델이고, 사륜구동의 주행 질감과 안정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치고 이를 평가에서 뺀다 해도 외모의 변화와 지상고를 높인 부분 등이 큰 매력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부담스럽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 수입사 입장에선 가격적인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사륜에 디젤 조합이 없다는 점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는 차의 성능과는 상관없이 느끼는 아쉬움들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한국 시장에 이 차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을 해봤는데요. 생김새에 비해 다소 얌전한 주행성이 좀 더 개선이 되고 사륜에 디젤 조합이 이뤄진다면, 한국에서도 V40 크로스 컨트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녀석의 적성에 맞는 구성만 이뤄진다면 지금 보다 몇 배는 더 매력적인 차가 될 겁니다. 볼보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