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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내가 만약 자동차 회사의 CEO가 된다면



지난 연말 재미난 내용의 글을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포털 '모터-토크(motor-talk.de)'라는 곳에 올라 온 기획기사였는데요. <내가 만약 자동차 회사 CEO라면...>이란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정말로 회원들이 직접 올린 내용들을 간추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원들이 흥미롭더군요.

 

참고로 모터토크는 회원 240만 명 정도되는, 독일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입니다. 이 곳에 다양한 의견들이 댓글로도 달리고 그랬죠. 그래서 오늘은 기사에 실린 6명의 소원이 뭔지 알아보고, 거기에 덧붙여 저의 바람도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여러분도 '만약 내가 자동차 회사 CEO가 된다면 무얼 할 것인가'를 한 번 생각해보시고요. 또 댓글을 통해 의견을 적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콘스탄틴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난 아우디 5기통 엔진이 그리워요. (참고로 현재는 TT 일부 트림과 RS Q3 정도가 5기통임) 그리고 콰트로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의 것이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조합은 전설과 같죠. 원년 콰트로, 스포츠 콰트로, S2, RS2 같은 것들을 기억해 봐요. 이처럼 뛰어난 사운드와 감성적인 영역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전 다시 이런 조합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5기통 세로형 엔진! 물론 가벼워야겠죠. 차체는 1.3톤 정도를 넘어서면 안될 거 같고요. 마력은 최소 400PS 정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아우디의 CEO라면 이런 차를 만들 거예요."

 

스포츠 콰트로 B그룹 랠리카 (1986-1988) 사진=favcars.com

 

 

 

티모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리터당 31킬로미터를 달리고, 777마력에 리터당 18.5킬로미터를 가는 디젤 자동차.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트리터보에 9개의 실린더가 있는 엔진은 또 어떨까요? 하지만 저는 이런 힘과 연비효율성이 소비자에게 거짓 정보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늘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는 연비는 실제와는 차이가 납니다. 어떤 차들은 그들이 말하는 거 절반에도 못 미쳐요. 이런 건 정말 짜증이 나는 일이에요. 한 자동차 회사의 책임자가 된다고 해서 유럽의 연비측정방식을 바꿀 수는 없겠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할 겁니다. 우선 법에서 제공하는 공인연비를 제공하고, 그와 함께 실제 주행에서 얻어낸 연비도 같이 알리는 거죠. 당장은 이게 손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우린 누구나 회사들이 내놓는 연비가 과장되었다는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회사에 더 신뢰를 갖게 될 겁니다."

 

 

 

니콜라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 난 MINI의 팬이죠. 매년 새로운 모델이 나와서 어떤 분들은 짜증을 내지만 저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좋게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CEO가 된다면, 미니 캠핑카를 만들 거예요. 작은 화장실과 미니 부엌이 딸려 있고, 두 사람이 잠을 청할 수 있는 그런 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고카트의 필링을 줄 수 있는 운전의 재미도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250마력 정도는 되어줘야겠는데요?"

 

 

 

필립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전 옛날 차들을 좋아하는데 포드가 몬데오를 넘어서는 준대형급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아쉬워요. 옛날엔 그라나다나 스콜피오 같은 차들이 있었잖아요. 고급 인테리어에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포드의 고급 세단이 다시 나오길 바랍니다. 그러면 옆집 메르세데스 지나갈 때 숨지 않아도 되죠. 

 

그나마 몬데오가 큰 편이긴 하지만 엔진은 너무 작아요. 힘쎈 엔진이 장착된 그런 옛날의 그 포드로 돌아와줬음 좋겠어요. 저는 그런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포드 그라나다 CXL 4도어 살롱 (1972-1977)  사진=favcars.com

 

 

 

비욘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순 없죠. 요즘 차들이 나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저는 시트로엥은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차의 그 감수성은 옛날 모습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시트로엥 GS를 보세요.

 

크롬으로 감쌓인 범퍼와 그 앞에 달라붙어 있는 고무. 이게 우리가 아는, 우리가 좋아하는 오리지널 시트로엥이 아니겠어요? 그 디자인을 다시 살리되 엔진은 하이브리드를 적용하고 운전석 주변 디자인은(콕핏) C4 피카소의 것으로 하면 좋을 거예요. 그리고 일본 차처럼 믿음직스러워야겠죠. 골프 보다 더 큰 이 멋진 차를 레트로 카로 되살릴 겁니다."

 

시트로엥 GS 팔라스 (1977-1979) 사진=favcars.com

 

 

 

사비네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 전 여자인데요. T2, 그러니까 마이크로 버스인 '불리'를 되돌리고 싶어요. 이건 우리들이 미래를 보는 시각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랍니다. 옛날 차들은 꿈을 꾸게 하는 그런 많은 기회를 줬죠. 저는 우리에게 다시금 이런 꿈꾸게 하는 차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넉넉한 공간에 히피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차. 그리고 이걸 타고 멋진 여행을 떠나는 거죠. 점점 독일의 도로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불리를 다시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폴크스바겐 마이크로 버스 T2 (일명 '불리') (1967-1972) 사진=favcars.com

 

 

 

스케치북 :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독일친구들 글은 제가 조금 각색을 했지만 본래 내용은 그대로인데 약간 올드카에 대한 향수들이 느껴지는군요. 저도 레트로 카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엔 제 차례인데요. 저는 간단하게 한국 회사별로 CEO가 된다면 하고 싶은 걸 적어보도록 할게요. 우선 현대기아차입니다.

 

일단 회사 대표가 됐으니 손해가 나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폭리를 취한다는 얘기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마켓에서 펼치고 있는 제값 받기는 계속 이어가고 늘려가되, 국내에서는 마진폭을 좀 줄이더라도 앞으로 나오는 신차의 경우  구 모델 대비 가격을 동결하는 정책을 내놓을 겁니다.

 

옵션이 이렇게 적용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격인하라는 얘기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거 다 구차하게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준 국내 고객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저희 차를 구매해주는 고객들에겐 무상보증 기간을 유럽과 같은 5년, 거리 무제한으로 정하겠습니다. 큰 비용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죽기야 할까요?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그 외에 회사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자금 등은 대신 광고를 줄이고 해외시장의 수익 개선을 통해 메꿔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박물관을 지어 어른들에겐 추억과 자부심을, 아이들에겐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공간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포니 레트로 카를 5000대 한정 생산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에겐 잊을 수 없는 자동차니까요. 기아는 엘란을 다시 살려내 성능에서 세계 시장에서 손색없는 그런 펀카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엘란을 되살리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카브리오와 스포츠카라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는 목표도 담겨 있는 것이죠.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뿐 아니라 기아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자동차 디자인 스쿨을 만들어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키워내겠습니다.

 

쉐보레 CEO가 된다면, 대우시절 에스페로를 레트로 카로 다시 살려낼까 합니다. 현대가 포니 되살리는 것에 조심스러워한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저희는 에스페로는 무조건 다시 시장에 내놓을 겁니다. 4기통 1.6 터보 디젤은 연비를 리터당 20km까진 가능하게 할 것이고요. 가솔린은 200마력에서 포텐을 터뜨리고 싶네요. 그리고 자체적으로 한국에 섀시 관련한 개발연구소를 만들어 더욱 완벽한 성능의 차들이 나오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우 에스페로(1990-1999) 사진=favcars.com

 

르노삼성 CEO가 된다면, SM1과 같은 경차 혹은 SM2와 같은 소형차를 한국에서 직접 개발하고 조립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까지 모든 시장을 아우르는 그런 글로벌 히트 모델로 키워낼 것입니다. 고용 안정은 기본으로 하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경쟁력을 키워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쌍용의 CEO가 된다면, 저는 가장 먼저 쌍용표 레인지 로버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습니다. 모기업의 확실한 투자를 약속받고, 그것을 기초로 SUV의 세계적 메이커로 키워낼 것입니다. 소형 SUV에서부터 대형 고급 SUV까지. 벤츠 G바겐이나 레인지 로버 등과 경쟁해 밀리지 않는 그런 특화된 메이커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과거 쌍용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영을 투명하게 해나가겠습니다. "

 

어떠세요,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요? 이게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그 날을 빨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 당신이라면, 당신이 CEO가 만약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