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여자는 정말 비싼 자동차 타는 남자에 끌리나?



최근 마케팅 관련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진화소비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미국인 학자가 쓴 책입니다. 거기서 재미난 내용을 하나 발견했어요. 좋은 차, 비싼 차 구입을 통한 자기 과시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좀 어렵죠? 남자들이 스포츠카나 럭셔리카를 구입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자신을 잘 보여 그만큼 좋은 상대를 만나고자 하는 본능에 따른 행동이라는 겁니다. '남성들은 여성에게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비싼 차를 이용하고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멋진 차로 멋진 남자로 어필이 가능하다는 의미겠죠. 정말 그럴까요?

 

여자는 남자가 무슨 차를 타느냐에 따라 남자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바뀐다? 그리고 그 것은 우성인자를 선택하려는 동물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어쨌든 이 주장이 근거를 갖기 위해선 증명할 수 있는 어떤 자료가 있어야겠죠. 해서 저자는 두 가지 실험을 예로 들었는데요.

 

미국의 한 웹사이트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4명의 남자 사진을 올려 여성들의 호감도를 확인해보는 내용이었죠. 4명 중 한 명은 자동차 없이 혼자. 나머지는 고급차부터 저렴한 차 3대 옆에 각각 서서 사진을 찍고 그 걸 올렸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혼자, 그리고 가장 저렴한 차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호감도가 가장 낮았고, 벤츠 옆에 서 있는 남자의 호감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외모에서 차이가 나지 않은 가운데 나타난 결과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자동차가 남자를 향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또 다른 실험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외모를 가진 남녀들을 벤틀리와 포드 피에스타ST에 번갈아 태운 뒤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남성과 여성 그룹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호감도의 변화를 살폈죠. 실험을 주도한 사람들의 가설은 이랬습니다. "분명 같은 남성이라도 벤틀리에 탔을 때가 피에스타에 탔을 때 보다 여성들에게 더 어필할 것이다. 단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호감도 변화는 덜할 것이다. 왜냐면 남자들은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게 사회적 지위와 꼭 비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였습니다.

 

남녀가 자동차와 이성을 연결지어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가설은 실제 테스트 결과와 같았습니다. 확실히 여성들은 차에 따라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거죠. 물론 이 주장에 반대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남자들도 여자가 멋진 차를 타면 그것에 따라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 주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실험의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 여성들이 좋은 차와 함께 있는 남자에 더 호감을 갖는다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자들은 여성 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죠. 즉 남자들이 좋은 차를 사는 소비 행위는 사회환경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여성에게 우성적 남성임을 어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과 도구로 보는 생물학적 관점이 마켓에서 더 중요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데이타가 전체 여성의 태도를 정확히 대변한다 할 수 있을까요? 분명 반론을 제기할 여성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회화의 결과를 오히려 생물학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풀어가는 거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남자들이 좋은 차를 타려는 이유가 반드시 여성에게 어필하려는, 마치 화려한 털과 장식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조류의 어떠함만으로 볼 수 있겠냐는 겁니다.

 

실제 남자는 여성들 앞이든 아니면 어두운 혼자만의 도로변이든 스포츠카나 고급 차를 타고 달릴 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확 올라간다고 합니다. 스피드에 대한 동경과 그것을 비싼 가격과 뛰어난 성능으로 뒷받침 해주는 스포츠카 그 자체에 열광을 하는 것이죠. 또 사회적 지위, 자기 과시를 위한 도구로  자동차가 쓰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암컷에게 구애하는 수컷의 행위로만 한정지어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아주 오래 전에 진행된 유명한 실험이 있죠.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차가 있습니다. 한 대는 저렴한 차, 또 한 대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차. 뒤에 차들이 경적음을 울리는 시간을 비교했더니 저렴한 차에 대해선 인내가 부족했고 고급 차에 대해선 배려가 차고 넘쳤습니다. 이와 유사한 실험은 굉장히 많습니다. 대부분이 남성 운전자들이었죠. 독일에서 진행된 한 실험에선 평범한 차에 상대방 차량들이 훨씬 공격적이었고 비싼 차엔 관용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차를 통해 본 사람들의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는 이렇듯 생물학적인 관점만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런 태도를 우성인자에 대한 사회적 복종의 형태로 진화론자들은 해석하기도 합니다만 이 부분은 다양한 반론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게 답이오!'라고 주장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제 정리를 해보죠. 일단 여성들이 좋은 차를 가진 남성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는 건 일정부분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체 여성의 태도를 대변하는가'라 묻는다면 이에 대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남자도 얼마든지 여성들처럼 좋은 차 타고 다니는 이성에게 호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좋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대하는 두 가지, 혹은 이중적 태도는 남녀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좋은 차 탄 남자가 더 좋은 여자를 만날 확률이 높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좋은 차를 탄 남자가 반드시 좋은 남자라고 할 순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남자가 어떤 자동차를 타느냐가 아니라  그가 어떠한 남자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요? 여성분들은 이 점 잊지 마셨으면 해요. 차가 아니라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남자의 매력은, 남자 그 자신에게서 찾으십시오.